앵커: 북한에서 개인들끼리 서로 물건을 주고받도록 돕는 운송업이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거엔 분실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지만, 이젠 신뢰가 쌓여 웬만한 물건을 척척 맡기는 수준까지 됐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청진에 사는 김모 주민은 얼마 전 평양의 대학에 다니는 아들에게 신발과 가방, 디지털 사진기를 소포로 부쳤습니다.
김 씨가 소포를 맡긴 곳은 국가가 운영하는 체신소가 아니라, 장거리를 뛰는 벌이버스 운전수. 하지만, 2일 뒤에 평양의 아들로부터 물건을 정확히 다 받았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이 같은 소식을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한 김씨는 "요즘 조선에 웬만큼 값어치가 나가는 물건도 사고 없이 척척 배달해주는 개인 운송업이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500달러 이상 값이 나가는 물건을 어떻게 운전사에게 맡기느냐?"고 질문하자, "벌이버스 운전사들은 그 이상 가치가 나가는 것도 사고 없이 날라다 준다"면서 "남의 짐을 훔치고, 달아나던 시대는 이젠 한물갔다"고 으쓱했습니다.
북한에서 개인들 사이에 신뢰가 점차 쌓이면서 짐을 날라다 주고 돈을 버는 이른바 '운송업'이 정착되고 있다는 겁니다.
원래 북한은 국영 체신소에서 소포나, 편지, 수화물 등을 일괄 처리하고 있으며 개인들은 이런 일을 하지 못하게 통제했습니다.
하지만, 열차가 제대로 다니지 않고 물건분실 사례가 급증하자, 주민들은 체신소를 믿지 못하고 벌이버스에 위탁하고 있다는 겁니다.
김 씨가 설명한 북한의 소포 운송업은 이렇게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단 짐을 부치려는 사람이 벌이버스 운전사를 찾아가는 짐을 맡기는 동시에 운전사의 손전화 번호를 받아 수취인, 즉 받을 사람에게 알려줍니다.
벌이버스들은 대도시 운동장이나 장마당 근처에 주차되어 있다가 손님이 다 차면 청진에서 떠나 함흥, 원산, 평성 등을 거쳐 가는데, 그때 수취인의 목적지에 짐을 떨구는 식입니다.
김씨는 "물건 전달의 신속성과 정확성을 보장하기 위해 운송비용은 받는 사람이 지불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에 정착된 이런 운송방식은 중국이 개방초기에 운영하던 방식과 비슷합니다.
한편, 평성에서 국경지방에 들어왔다는 또 다른 주민도 "벌이버스 운전수들이 보통 1만 달러가 넘는 버스를 몰고 다니기 때문에 만약 짐을 떼먹었다고 소문이 나쁘게 나면 버스업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책임적으로 전달해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신의주에서 평성까지 개인들이 돈을 내서 운영하는 버스가 여러 대 되는데, 이 벌이버스에 소포를 맡기면 하루면 도착할 수 있지만, 체신소에 맡기면 열흘 이상 걸린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북한에서 유통업이 활발하게 발달되게 된 이면에는 손전화가 한몫 했다면서 사람들끼리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면서 장사회전이 빨라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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