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진 북한 채무, 미국 내 동결 자산으로 상환”

뉴욕-정보라 xallsl@rfa.org
2017.06.27
nk_estate_freeze_b 유럽 은행들이 미국 내 북한 자산 몰수를 위해 1995년 미 연방 워싱턴DC지방법원에 신청한 법원 서류.
사진출처-US District Court for the District of Columbia

앵커: 유럽의 60여 개 은행과 금융 기관이 북한 조선무역은행이 진20억 달러 상당의 채무를 미국 정부가 동결한 북한 자산에서 집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서 ‘외교행낭’ 문제로 출국이 지연됐던 북한 관리 사태와의 연관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정보라 기자의 보도입니다.

25년 전 북한이 유럽 은행들을 상대로 부도 낸 미화 20억 달러 상당의 채무가 미국 내 북한 자산에서 상환되게 됐습니다.

미 연방 애리조나 지방법원에 따르면 지난 16일 ‘ANZ 그린드레이즈 은행(Grindlays Bank PLC)'과 ‘ANZ 상업 은행’ 등 60여 개 유럽 은행은 북한 ‘조선무역은행’을 상대로 1992년 4월 프랑스 파리에서 16억1천513만 스위스 프랑과 9억2천948만 도이치 마르크 상당의 배상 판결을 받은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결론을 미국 현지에서 집행하겠다는 법원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또 당시 판결에서 법률 비용으로 부과된 10만 영국 파운드와 중재위원회 관련 비용의 일부인 미화 8만 4,760 달러를 미국이 동결한, 또는 앞으로 동결할 자산에 저당을 잡겠다고 밝혔습니다.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폴란드 즉 뽈스까, 오스트리아, 러시아 등 은행과 금융기관은1977년 북한 조선무역은행에 빌려준 돈이 상환되지 않은 데 대해 미국 내 북한 자산을 몰수하겠다는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조선무역은행은 원금과 이자를 갚아오다 1980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은행 측과 상환 재계약서를 만들었고 1984년에 또다시 상환 재계약서에 서명한 뒤 얼마 후에는 아예 이자를 내지 않고 부도를 냈습니다.

이에 은행들은 북한 조선무역은행과 체결한 계약에 따라 분쟁을 ‘국제상공회의소’에 제기했으며, 국제상공회의소는 조선무역은행의 채무와 그에 따른 이자 지급 의무를 확인했습니다.

은행들은 미국이 가입한 국제협약에 따라 1992년 파리에서 받은 판결문을 1995년 미 연방 워싱턴DC지방법원에 등록해 미국 내 집행 승인 권한을 확보했습니다.

이어서 지난 16일에는 미국의 애리조나에서도 판결을 집행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같은 날 미 당국에 외교행낭을 압수당한 북한 대표단 사태와 관련, 이들이 미국 체류기간 중 애리조나를 방문했다는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유엔의 한 소식통은 27일 “최근 애리조나 법원에 신청된 수억 달러 소송 건을 파악하기 위해 다녀온 듯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이어서 이 소식통은 미 법무부가 지난 14일 워싱턴 DC 지방법원에 조선무역은행 돈세탁을 지원한 중국의 '밍정국제무역회사'를 기소하고 관련 자금 190만 달러 압류를 추진한 사건 수사를 연방수사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지부가 담당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복수의 유엔 소식통들은 북한 외무성 리흥식 인권대사와 리동일 국제기구 국장 일행이 미 당국 몰래 애리조나를 다녀왔으며, 이것이 뉴욕 JFK공항에서 발생한 외교행낭 사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북한 대표단 일행의 애리조나 방문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문에, 미 국무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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