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외국여행객들, 만수대 동상 참배 강요당해

워싱턴-권도현 인턴기자 gwond@rfa.org
2016.07.01
statue_flower_b 퍼렐라 편집장이 강제 구입한 꽃다발을 동상에 바치는 모습.
사진제공: 엔릭 퍼렐라

앵커: 최근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진을 강제로 삭제 당하고 휴대전화를 검열당하는가 하면 김일성, 김정일 동상 참배도 강요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권도현 인턴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외국인 관광객 모집에 열을 올리면서도 정작 심한 간섭과 검열을 일삼는 바람에 관광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초 북한 여행에 나섰던 미국의 항공전문 잡지 ‘에어웨이즈 매거진’ 엔릭 퍼렐라 편집장은 1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여행 기간 내내 북한측 현장안내원의 강압적 태도에 시달렸다고 털어놨습니다.

퍼렐라 편집장은 북한 안내원들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이뤄진 서방 여행객들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북한에서는 북한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고 경고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안내원들이 공항에 내린 뒤 고려항공 소속 항공기의 외관을 촬영하던 여행객들에게 “더 이상 사진촬영을 금한다”고 고함쳤다며 당시 험악했던 현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그는 3박4일 동안의 이번 북한 여행에서 특히 불편했던 상황으로 ‘만수대에서의 경험’을 꼽았습니다.

퍼렐라 편집장이 촬영한 만수대 김일성, 김정일 동상. 사진제공: 엔릭 퍼렐라
퍼렐라 편집장이 촬영한 만수대 김일성, 김정일 동상. 사진제공: 엔릭 퍼렐라

평양에 도착하자마자 방문한 만수대 언덕에서 북한 안내원들은 여행객들에게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 바칠 꽃다발을 구매하도록 강요했습니다.

그는 꽃다발 가격이 상당히 비싼 편이었지만 강압적인 분위기 탓에 모두가 꽃을 살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습니다.

북한 안내원들은 한술 더 떠 모든 관광객들에게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 “꽃다발을 바치며 존경의 뜻을 담아 참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퍼렐라 편집장은 이 때 여행객 중 한 명이 고개를 숙이지 않자 안내원들이 불같이 화를 냈고, 모두 동시에 참배하라며 호루라기까지 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밖에도 가지고 있던 카메라의 GPS, 즉 위치 파악 체계가 켜지자 그 자리에서 심문을 받는 동시에 당시 북한에서 촬영한 사진을 삭제 당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이번 여행에 참가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여행 기간 내내 하루에 한 번씩 휴대전화를 검열당했다고 증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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