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시계’ 고치던 청년, 한국선 ‘아이폰 수리공’

서울-목용재 moky@rfa.org
2017-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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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전문 수리점인 ‘서강잡스’의 김학민 대표가 아이폰을 수리하고 있다.
아이폰 전문 수리점인 ‘서강잡스’의 김학민 대표가 아이폰을 수리하고 있다.
RFA PHOTO/ 박대웅

"힘들게 탈북해서 왔는데 돈이 목적이 아닌 일을 하고 싶어요"

앵커: 함경북도 온성 출신의 탈북 청년이 최근 남한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탈북한 김학민(31) 씨가 그 주인공인데요. 북한에서 시계와 텔레비전 등을 수리했던 김 씨는 남한 정착 이후 미국 업체가 만든 지능형 손전화기(스마트폰) ‘아이폰’의 전문 수리공으로 지역 사회에서 유명합니다. “삶에 도움을 주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진 김학민 씨를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만났습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서강대학교 인근에 ‘서강잡스’라는 간판이 붙은 조그만 가게가 있습니다. 탈북자 김학민 씨가 운영하는 ‘아이폰’ 전문 수리점입니다. 아이폰은 미국의 유명 전자제품 제조업체 ‘애플’이 만든 지능형 손전화기, 즉 스마트폰입니다.

18일 오후 방문한 이 가게에는 아이폰을 수리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지난해 문을 연 김 씨의 수리점은 “아이폰을 눅은 가격에 빨리 고쳐준다”는 입소문 때문에 지난해 하루 방문 고객 3~4명 수준에서 최근 10~20명 정도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문의 전화도 쉴 틈 없이 빗발칩니다.

김 씨가 남한에서 이런 수리점을 열게 된 것은 북한에서의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김 씨는 북한에서도 정교한 제품들을 뜯어보고 다시 조립하고 고치는데 전문가였습니다.

김학민 씨: 아버지께서 전기기술자로 탄광에서 일하셨습니다. 아버지의 전동기, 발전기, 배터리, 전구 등을 만지면서 신기해했죠. 건전지로 돌아가는 것들을 계속 분해하고 맞추고 조립하는 것이 너무 재밌었습니다.

북한에서 수리공으로서 처음 고친 제품은 시계였습니다. 당시 김 씨의 나이 13살. 친구들의 고장 난 시계를 모아 수리한 것을 계기로 ‘꼬마 시계 수리공’으로 이름을 알렸다고 합니다. 김 씨는 “당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고장 난 시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찾아와 수리를 부탁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자신의 시계 수리 경험 중 ‘김일성 명함 시계’를 고쳤던 것을 인상 깊은 기억으로 꼽습니다. 김일성 주석이 일부 주민들에게 선물한 시계였기 때문에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 기대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분해해보니 “좋은 시계라는 느낌은 못 받았다”고 김 씨는 말합니다.

김학민 씨: 알고 보니 스위스에서 만든 ‘오메가’ 시계였습니다. 특별 주문해서 김일성 이름을 새긴 겁니다. (그런데) 뜯어보니 그렇게 고가의 좋은 시계는 아니었어요. 시중의 일반 시계와 품질이 비슷했습니다. 기계로서의 명예보다는 (김일성에게) 선물 받았다는 것이 명예겠죠.

이후 김 씨는 텔레비전 같은 전자 제품도 수리했습니다. 그러다가 22살 무렵 손전화를 처음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판에 정교한 장치들이 밀집돼 있는 모습을 보고 신세계를 접한 기분이었다”는 겁니다.

당시 김 씨는 두만강 인근에서 활동하던 밀수업자의 부탁을 받아 미국 유명 전자기기 제조업체인 ‘모토로라’의 제품을 수리했습니다. 손전화기에 대한 관심은 이때부터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삼성이 최고”라는 말을 듣고 삼성 손전화기를 분해하기도 했습니다.

김학민 씨: (모토로라를 본 다음) 삼성 전화기를 봤어요. 신호가 너무 잘 잡히더라고요. (북한에서) “삼성 제품이 최고”라는 말을 여러번 들었는데 그때 직접 제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김 씨가 한국에 정착해 문을 연 ‘서강잡스’는 아이폰 전문 수리점. 삼성 손전화기는 고치지 않습니다. 김 씨는 “아이폰을 만든 스티브 잡스를 동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특히 김 씨가 한국에 정착해 사용한 첫번째 손전화기도 아이폰입니다. “지인들은 삼성 제품을 추천했지만 나는 아이폰을 보자마자 그 모양에 매력을 느꼈다”고 김 씨는 말합니다.

김학민: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을 읽었습니다. 그의 철학에 공감했습니다. 또 아이폰을 보고 명품다운 맛을 느꼈습니다.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고요. 그걸 좋아하다보니 (아이폰만) 수리하게 된겁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처음부터 삼성폰을 사용했다면 그걸 전문으로 수리했을 수 있어요.

최근 김 씨는 신규 직원을 채용하는 등 사업 규모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김학민 씨와 탈북자 수리공 2명, 남한 직원 1명 등 총 4명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삶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개발하고 싶다”는 김학민 씨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게가 좀 더 안정되면 현재 휴학 중인 서강대 전자공학과에 복학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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