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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의 수혜기관에 며칠씩 머물며 어린이와 임산부가 지원 음식을 먹는 단계까지 확인하는 분배감시 강화책을 고려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한 탈북자가 북한 보육 시설의 엉터리 분배 실태를 세계식량계획에 고발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김진국 기자가 보도합니다.
2005년 12월 기차에서 뛰어내려 두만강 얼음을 깨고 헤엄쳐 국경을 넘었던 탈북자 김철남(가명, 40세) 씨는 최근 유엔의 식량구호기구인 세계식량계획의 최고책임자가 북한을 방문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북에 두고 온 아들 생각에 가슴 아팠다고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당시 일곱 살이던 김 씨의 아들은 유엔의 원조 물자가 지원되던 평안북도의 한 유치원에 다녔습니다.
유엔의 구호물자로 쌀과 어린이용 과자, 식용유, 덴마크 치즈, 분말 우유 등이 유치원에 지원됐지만 아이들에 지급되는 일은 드물었다고 김 씨는 기억합니다.
김 씨는 유치원 경리와 원장이 유엔 물자를 창고에 보관하며 물자 대부분을 간부 낯 내기에 쓰거나 장마당에 내다 팔았고 아이들에 먹인 양은 10%도 안 됐다고 전했습니다.
유치원 측은 유엔 검열단이 오면 때식에 맞추어서 배식하거나 아이들이 집에 가는 날 유엔 물자를 조금씩 나눠줬습니다.
김 씨는 더 먹고 싶은 아이들은 한 봉지에 5원씩 돈을 주고 사서 먹어야 했다면서 자신의 아들도 집에 와서 일명 ‘과자 운행비’라고 부르던 과잣값을 타갔다고 회상합니다.
유치원의 경리와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기에 사정을 잘 안다는 그는 유엔에서 주는 식량은 창고에 두고 아이들에게 무와 강냉이 팝콘을 간식으로 먹였다고 전했습니다.
창고에 보관한 유엔의 물자는 장마당에서 비싸게 팔아 간부들의 술값이나 담배, 음식값으로 썼다고 김 씨는 주장합니다.
김철남 씨는 북한의 거의 모든 보육시설에서 유엔의 원조식량을 빼돌렸고 지금도 그러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합니다.
북한을 탈출한 뒤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거쳐 난민인정을 받고 미국에 정착한 김 씨는 지난 11월 2일부터 4일까지 북한을 방문한 세계식량계획의 조셋 시런 사무총장이 영양부족 상태인 북한 어린이를 보고 가슴 아팠다는 뉴스를 봤다면서 북한의 어린이가 굶주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전하기 위해 세계식량계획에 편지를 썼습니다.
유엔 기구가 국제사회에 대북지원금 모금을 호소하기보다 북한 내부의 분배 감시를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세계식량기구의 분배감시단이 보육시설에 2-3일씩 머물면서 아이들이 유엔의 음식을 제대로 먹는지 직접 확인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중국 베이징의 세계식량계획 사무실의 북한 담당자는 김 씨의 사연과 제안을 확인했다면서 분배 감시 강화책을 시런 사무총장에 보고하겠다고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나나 스카우 북한 담당 대변인은 보육시설의 어린이들이 지원식량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심지어 돈을 주고 사서 먹어야 했다는 김 씨의 증언이 충격적이라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스카우 대변인은 세계식량계획과 북한당국이 지난해 분배감시를 강화하는 9단계의 감시체계에 합의해 시행 중이라면서 국제사회의 소중한 지원이 북한의 어린이와 임산부 등 취약층에 잘 전달되도록 부족한 감시 체계를 계속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