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령음식점거리 건설 ‘웃음거리’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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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령시가 자랑하는 ‘음식점 거리 개장식’이 해프닝으로 끝났다는 소식입니다. 회령음식점거리는 지난해 2월 24일 회령시를 방문한 김정일이 직접 지시해 시작된 사업인데요. 올해 8월 15일까지 완성한다는 계획으로 총력전을 벌였지만 끝내 완공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해 2월 24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자신의 생모 김정숙의 고향으로 알려진 함경북도 회령시를 현지시찰하면서 대규모의 ‘음식점 거리’를 꾸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렸습니다.

김정일이 갑자기 음식점거리를 제안한 배경은 중국 도문시와 인접한 국경도시인 회령시를 문화관광도시로 꾸려 중국관광객을 유치해 외화벌이도 하고 자신의 생모를 널리 선전한다는 의도였습니다.

회령시의 정통한 소식통이 전한 바에 따르면 음식점거리 꾸리기 사업을 위해 김정일은 고무산 시멘트공장에서 시멘트를 우선 공급토록 하고 김책제철연합기업소에서 건설에 필요한 철근을 직접 공급하도록 특별한 대책까지 세워주었다는 것 입니다.

소식통은 또 음식점거리의 내외부를 꾸리는데 드는 고급자재들을 사들여 오는데 쓰도록 ‘혁명자금’이라는 명목으로 80만 달러를 회령시당 책임비서에게 내려 보내기까지 했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일의 지시를 받은 회령시는 지난해 ‘150일 전투’ 기본목표를 ‘음식점 거리’ 완공에 두고 단 5개월동안에 건설을 완공한다는 통큰 목표를 세웠습니다. 각 공장과 기업소 노동자들은 물론 인민반 부녀자들까지 총 동원해 ‘건설돌격대’를 조직하고 공사에 몰입했다는 얘깁니다.

함경북도 당국은 중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음식점 부지를 중국인들에게 분양해주고 건설이 완공되면 그들에게 음식점경영과 관리권을 완전히 넘겨준다는 조건을 내걸고 자금 유치에 나섰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구 13만명에 불과한 볼거리도 별로 없는 작은 도시에 거대한 음식점거리를 꾸린다는 계획은 중국인들의 비웃음만 샀을 뿐 단 한명의 투자자도 찾지 못했다는 것 입니다.

이에 대해 회령시의 소식통은 “완전 개방된 라진-선봉시에도 중국인들이 투자를 꺼리는데 누가 회령시에 돈을 내 투자하겠다고 나서겠냐?”며 투자부진의 원인이 북한의 오락가락하는 경제정책의 불안정 때문임을 강조했습니다.

중국인 투자유치에 실패하고 ‘150일 전투’기간 동안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음식점거리’는 절반도 일떠서지 못하는 불운을 겪어야 했습니다.

건설 사업이 진척되지 않자 북한 당국은 올해 8월 15일까지로 완공일정을 연기했고 지난 4월부터 인민군 8총국(군수동원총국) 1개여단을 투입해 현지 건설돌격대와 함께 공사를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음식점 거리를 중국인들이 직접 경영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기존의 계획도 변경시켜 회령시 농촌들에서 운영하는 ‘특산물식당’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러한 조취(조치)에도 불구하고 회령시 ‘음식점거리’는 8월 15일 완공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에 대해 회령시의 또다른 소식통은 “건물은 다 세웠는데 내부와 외부 완공자재들이 제때에 들어오지 않아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면서 “자금부족으로 비싼 자재를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원한 80만 달러로는 턱없이 부족해 회령시 궁심리에서 나오는 몰리브덴을 수출하고 회령 외화벌이 사업소 산하 군중외화사업소에서 옥돌가공으로 벌어들인 돈까지 다 들이밀었지만 완공에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데 돈은 쓸데없는 곳에 다 쏟아 붓고 있다며 “우리나라(북한) 사람들이 언제 식당이 없어 먹지 못하고 굶어죽느냐?”고 강한 불만을 표했습니다.

이들 소식통들은 또 “일부 회령시 일꾼들이 음식점거리가 완공됐다고 허풍을 떠는 바람에 조선중앙텔레비젼과 조선중앙방송, 노동신문 기자를 포함한 많은 기자들이 몰려왔다”며 “이미 전에 건설되었던 회령국수집을 새로 지은 ‘음식점거리’로 가장해 사진도 찍고 텔레비전 녹화도 하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주장했습니다.

언론이 모여들자 회령시 당국이 가짜 개장식을 마련하고 시 상업관리소 직원들을 동원해 완공된 음식점에서 음식을 사먹는 것처럼 가장해서 촬영을 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증언입니다.

계속해서 차질을 빗고 있는 회령음식점 거리가 실제 완공된 것처럼 과장돼 언론에 보도되었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대중을 선동하기 위해 눈앞의 성과에 급급한 북한 당국이 갖은 모질음을 다 쓰지만 대부분의 사업이 자금문제로 실패에 직면해 있다는 것 이 ‘회령음식점거리’가 보여주는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