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올림픽 역도 금메달 ‘박현숙 영웅 만들기’

북한이 최근 언론 매체를 통해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역도에서 금메달을 땄던 박현숙 선수를 자주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박현숙 선수가 육상의 정성옥과 유도의 계순희 선수를 이을 영웅 재목으로 급부상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서울-노재완 xallsl@rfa.org
200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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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우리 위대한 장군님께서 저의 경기를 지켜본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지막 순간을 들어 올렸습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북한 선수단에게 첫 번째 금메달을 안겼던 여자 역도의 박현숙 선수가 금메달을 딴 뒤 했던 인터뷰에서 했던 말입니다.

북한은 최근 박현숙 선수를 북한의 언론 매체를 통해 계속 부각하면서 체육 영웅 만들기에 나섰습니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6일 박 선수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된다며 박 선수를 한껏 추켜세웠으며, 지난해 북한 체육지도위원회가 선정한 10대 최우수 선수에서도 박 선수를 가장 먼저 소개했습니다.

또 최근 발행된 북한 화보 <조선> 12월호에서도 박 선수를 상세히 소개하면서 계순희 선수를 잇는 인민 영웅으로 대접했습니다. 화보는 박 선수가 12살 때 처음 역기를 잡았다고 설명하면서 그 재능이 남달랐다고 칭송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체육 선수에게 영웅 대접을 하는 이유는 내부적으로 선전 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입니다.

김광진: 김부자 위대성과 결부시켜서 하는 거죠. 그러니까 체육 선수들이 그렇게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던 것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현명한 영도와 지도에 의해서 가능했다는 것과 결부가 되겠고. 둘째는 애국주의 교양과 관계가 있습니다. 그 다음에 어려울 때일수록 홍보 효과, 그리고 사기진작에 많이 활용을 하겠죠.

북한은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때 우수한 체육 선수들을 '인민 영웅'으로 만들곤 했습니다. 체조의 배길수, 육상의 정성옥, 유도의 계순희 선수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북한은 운동선수에 대한 대우를 실력과 성적에 따라 인민체육인-공훈체육인-체육명수 순으로 칭송합니다.

운동 선수에게 있어 최고의 훈장은 '인민체육인'이지만,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하거나 특별히 나라의 명예를 드높였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북한 고위급 인사들에게만 주어지는 '공화국 영웅' 혹은 '노력 영웅' 칭호를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고 영예인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은 체육인으로는 여자 마라톤의 정성옥 선수가 유일합니다.

북한 당국은 정 선수가 1999년 8월 스페인 세계육상선수권 여자마라톤에서 우승을 한 뒤, 정권 수립일인 9.9절 행사를 크게 준비했습니다.

100만 명을 동원해 환영행사를 펼쳤고, 정 선수에게는 영웅 칭호와 함께 벤츠 승용차와 대형 아파트를 제공했습니다. 또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까지 이름을 올렸습니다.

1년 전 발사한 대포동 미사일을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던 북한은 정 선수의 우승을 "주체사상으로 쏘아 올린 제2의 인공위성"이라고 칭송했습니다.

김광진 선임연구위원입니다.

김광진: 정성옥 선수가 평가를 대단히 받게 된 것은 1등을 한 뒤, 기자들이 질문할 때, "김정일 장군님을 그리며 달렸다" 이렇게 얘기를 했거든요. 그 말을 통해서 북한이 굉장히 선전적인 효과를 거두게 됐지요. 그게 첫째고. 둘째는 당시 북한이 굉장히 어려웠어요. 내부적인 사정도 그랬고, 외부적인 환경도 그렇고 해서 그 어려운 시기를 반전을 할 수 있는 계기로 이용한 거예요.

반면에 계순희 선수는 1996년 아틀랜타 올림픽에서 북한 유도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도 네 차례나 우승을 하는 등 체육 분야에서 이바지한 측면만 보면 정성옥 선수보다 뛰어났지만 '공화국 영웅'보다 한 단계 아래인 '노력 영웅'에 그쳤습니다.

이제 24살인 박현숙 선수는 앞으로 많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인 2012년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로 정했습니다. 박 선수가 그해 런던 올림픽에서 다시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정성옥 선수에 버금가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지도 지켜볼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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