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잔디밭 때문에 고역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14.08.15

앵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에 따라 북한 전역에 대규모로 조성된 잔디밭들이 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소식입니다. 손으로 일일이 잔디밭을 관리해야 하는 주민들속에서 “이게 무슨 쓸데없는 짓거리냐”는 불만이 높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잔디밭 관리에 주민들을 내 몰면서 온갖 원성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요즘과 같은 북한 실정에서 잔디밭 조성이 과연 옳은지에 대한 주민들의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12일 자유아시아방송과 연계를 가진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아무 쓸모없는 잔디밭들 때문에 여름 내내 주민들이 혹사당하고 있다”며 “잔디를 심겠으면 먼저 잔디밭을 관리하기 위한 대책부터 마련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북한은 2013년 2월 14일, “유럽처럼 땅이 보이는 모든 곳에 잔디를 심으라”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에 따라 도시와 마을 곳곳에 잔디밭을 조성했습니다.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의 경우만 해도 혜산제지공장 주변과 혜산운동장, 모든 공장, 기업소들은 물론이고 철길주변을 따라 수많은 잔디밭들을 조성했다고 소식통은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조성한 잔디밭들을 아침저녁으로 주민들을 동원해 관리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 자강도의 한 소식통도 “지난해 만포시에서 전국의 본보기를 만든다며 수많은 잔디밭들을 조성했다”며 “만포시의 잔디밭 면적은 전국적으로도 가장 넓을 것”이라고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전지역에 걸쳐 조성된 잔디밭들은 관리문제로 하여 북한에 큰 골칫거리로 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비교적 날씨가 온화한 함흥 이남 지역에서나 ‘금잔디’로 불리는 키 낮은 잔디가 자랄 수 있고, 그 나머지 지역들은 ‘빽빽이’로 불리는 키 높은 잔디밖에 자랄 수 없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키 높은 잔디는 보통 30센치 이상 자라기 때문에 한 달에 세 번 이상 깎아 주어야 하는데 기계수단이 없는 북한 당국은 주민들을 동원해 일일이 낫으로 잔디를 깎고 있어 주민들의 큰 불만을 사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올해 두 차례에 걸친 잔디밭 조성 검열을 통해 잔디사이에서 자라는 클로버를 모두 제거할 것을 지시했는데 클로버는 땅속에 줄기를 박고 자라기 때문에 사람의 손으로 완전히 제거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특히 소식통들은 “남새(채소)를 기르던 뙈기밭들을 모두 잔디밭으로 만들면서 올해 도시 주민들이 남새부족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있다”고 말해 쓸모없는 잔디밭 조성으로 인한 북한의 주민들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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