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이 북 고속도로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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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의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의 고속도로 신설 계획이 미국의 한인 고속도로 전문가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여 주목됩니다. 뉴욕에서 정보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건설 계획중인 개성과 신의주 간 새 고속도로가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에 의해 설계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개성에서 평양을 거쳐 신의주까지 잇는 이 현대식 고속도로는 왕복 6차선으로 고속도로 중간에 12곳의 휴게소와 19개의 통행요금소(톨게이트), 18개 나들목(인터체인지) 등이 들어서는 대규모 건설 공사입니다.

지난 4월 북한과 중국을 자주 왕래하는 사업가로부터 자료를 입수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은 고속도로 건설 자료의 하단에 설계를 맡은 회사, ‘Junma Engineering Consultants’ 라는 상호를 확인했습니다. 또 자료에는 구글(Google) 위성지도에 도로 건설 계획이 영문으로 상세히 표기돼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고속도로 건설에 필요한 자문을 미국의 한인이 했다는 소식은 뉴욕·뉴저지 일원의 선교단체 ‘KPM’을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해마다 북한을 방문해 의료 지원 사업을 해 온 KPM은 지난 여름 북측으로부터 고속도로 전문가를 데리고 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한국의 고속도로 업계에 종사하다 미국으로 이주한 한 한인 전문가와 함께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북측 관계자가 현지 고속도로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않은 채 설계 자문만을 구하려 해 대화가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을 자주 방문하는 미국의 한 사업가도 미국의 또다른 한인 고속도로 전문가가 이번 일에 관여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이 전문가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고속도로 분야 일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처럼 북한에 신설되는 고속도로 설계에 미국 내 한인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고속도로의 자료를 제공한 관계자는 “자료내 모든 표기가 영국식이 아닌 미국식 영어로 되었고, 적어도 1년 이상 소요한 고도의 측량기술과 설계 기술이 세밀하게 기록된 걸로 볼 때 절대 시시한 회사가 작업한 것이 아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미국의 뉴욕주에 사업 등록을 한 설계용역회사 가운데에는 이 관계자가 목격한 자료에 나타난 회사와 상호가 유사한 ‘Junma Engineering PLLC’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 회사가 실제 북한 고속도로의 사업에 관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한편, 미국 정부가 시행하는 대북 제재로 인해 미국내 개인이나 회사가 북한측과 손잡고 사업하기 위해서는 재무부의 허가가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대북 제재를 관할하는 재무부의 존 설리반 대변인은 북한과 사업을 하는 데 있어 재무부의 외국자산통제국(OFAC)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설리반 (John Sullivan) 대변인 : 미국의 개인이나 기업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대북제재 명령을 준수해야 하며 만약 북한에서 또는 북한측 관계자와 사업을 계획한다면 외국자산통제국(OFAC)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모든 사안에 대해 제재가 가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외국자산통제국의 제재에 위배되지 않거나 특별한 허가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경우에는 사업이 가능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일단 재무부가 금지하는 대북 사업에 대해 미국내 다른 행정기관이 허가해 줄 수 없게 되어 있다고 설리반 대변인은 덧붙였습니다.

한편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4월 16일 북한이 외자유치를 통해 개성과 신의주를 잇는 고속도로 신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는 북한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중국과의 교역량을 소화하고 더 많은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준비하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