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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최근 방북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면전에서 억류중인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 씨에 대한 석방 요청을 잘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상임위원장은 특히 당시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해 분노감을 나타냈으며 매우 부정적이고 전투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카터 전 대통령이 밝혔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보고서 내용을 정아름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최근 방북했던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시민 전용수 씨의 석방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공식 요청했다 면전에서 거절당하는 등 홀대받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카터 전 대통령 측이 이날 카터센터를 통해 공개한,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방북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에서 드러났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 보고서에서 방북 이틀째인 27일 김 상임위원장을 만났지만 “전용수 씨에 대한 석방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He informed us that our request for the release of Eddie Jun would not be honored.)
그는 김 상임위원장이 당시 “매우 부정적이고 전투적이었다”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분모로 가득차 있었고, 의견 차를 좁히고 희망적인 미래를 논할 때에도 과거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보였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카터 전 대통령 측은 전용수 씨의 석방을 요청하는 서한을 북한의 박의춘 외무상을 통해 사전에 김 상임위원장에게 전달했지만 면전에서 거절당하는 수모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카터 전 대통령은 북한의 박의춘 외무상이 “미국이 북한에 식량 지원을 할 경우 분배 감시에 어떤 문제도 없을 것”이라며 “이미 세계식량계획과 관련 절차를 세우는 중”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혀, 북 측이 식량지원 재개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나타냈습니다.
박 외무상은 이어 6자회담이 재개돼야 한다고 희망했고, ‘1994년 제네바 공동 합의’는 이미 한 단계씩 순차적으로 이행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이 보고서는 적고 있습니다.
또 보고서는 박 외무상이 “북한은 적대적인 미국이 핵무기를 가지고 자기들을 위협하는 한, 자신들도 계속 핵을 보유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외무상은 또 북한 외 지역 내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핵 우산 아래 보호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밖에도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보고서는 “방북 전에 만난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 특사가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이 분배의 감시가 보장되지 않아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며, 북한과 미국 간 식량 분배 감시에 대한 견해차를 시사했습니다.
한편, 이번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단은 북한 군 당국자도 만났습니다. 특히 박림수 대좌는 최근 한국과의 군사 회담이 무산된 것을 거론하며 한국 측과 조건 없이 어떤 주제로든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는 한국전쟁 참전 미군 병사의 유해 사진을 카터 전 대통령 일행에게 보여주며 앞으로 미군 유해 발굴에 협력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