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경제적 탈북자 모두 난민”

워싱턴-양희정 yangh@rfa.org
2016.11.08
chai_seunghoon_b 영국 의회 초당적 모임인 ‘북한에 관한 상하원 공동위원회’ 주최 행사에 참석한 채승훈 씨.
사진 제공: 김미진

앵커: 영국 의회에서 8일 북한 민주화를 위한 탈북자의 정치적 역할을 주제로 학술 연구 발표회가 열렸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영국 명문 옥스퍼드 대학교 정치학 박사 과정에 있는 채승훈 씨는 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중국 정부는 정치적, 경제적 탈북자를 차별 없이 북한 독재 체제에 저항한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채승훈 씨: 독재국가에서는 투표를 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투표를 못하기 때문에 그 나라에서 발로 걸어 나감으로써 “이 나라가 마음에 안 든다”라는 것을 정치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런 걸 ‘발로 투표를 한다’고 표현합니다. 그래서 어떤 이유로 나가든지 간에 그 체제가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서부터 정치적 행위가 시작한다고 저는 봅니다. 어떤 동기로 탈북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유의미하지 않다고(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채 씨는 1970년대 독일계 미국 경제학자 알버트 허쉬만(Albert Hirschman)의 저서‘이탈, 항의, 충성: 회사, 조직, 그리고 국가의 쇠퇴에 대한 반응(Exit, Voice and Loyalty: Responses to Decline in Firms, Organisations and States)’의 내용을 인용해 이 같이 강조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회사나 조직, 국가에 대한 실망을 ‘발로 투표하는 탈출’ 혹은 ‘제 자리에서 불만을 표시하는 항의’ 두 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채 씨는 이날 영국 의회 초당적 모임인 ‘북한에 관한 상∙하원 공동위원회(APPG on North Korea)’에서도 이 같은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채 씨는 옥스퍼드대학 석사학위 논문을 위해 2015년 2월부터 1년 여에 걸쳐 영국 런던 외곽 뉴몰든과 서리에 정착한 탈북자 80여 명의 탈북 동기와 영국에서의 정치적 활동의 상관 관계를 연구했습니다. 영국 정착 탈북자들이 영국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정치적 활동에 가담하는 것은 북한에서의 경험이 아니라 정착지에서의 경제적 안정이나 정치적 지식과 경험에 비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채 씨는 강조했습니다.

채 씨: 중국에서 “이 사람은 배 고파서 왔기 때문에 난민으로 받아 들일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한정이 돼 있는 거죠. 그 때 당시에는 배 고파서 나왔기 때문에 모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와서 바깥 세상에서 다시 북한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왜 배가 고팠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에 대해 화가 나고 그래서 정치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것이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 생각한다면 처음에 탈북한 동기라는 것이 나중에는 그렇게 상관이 없다는 거죠.

폐쇄된 북한 사회를 벗어난 후에야 정치적인 사고의 눈을 뜨게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수 년 전까지 탈북자의 90퍼센트 이상이 배고픔 때문에 탈북했지만 그들 중 상당수가 탈북 후 정착지에서 북한 인권 운동 등 정치적 활동에 가담한다는 주장입니다. 따라서 이들의 경유국이나 정착국들은 이들의 탈북 이유가 정치적이든 경제적인 이유이든 이들을 보호하고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채 씨는 3년 전 옥스퍼드 대학에 재학 중 영국 의회의 대표적 지한파인 데이빗 앨튼(David Alton) 상원의원의 인턴으로 활동하며 탈북자 증언 등을 접한 후 북한인권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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