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억류 미국인 수감생활 시작 알려

워싱턴-양성원 yangs@rfa.org
2014.09.25

앵커: 북한 당국이 최근 6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한 억류 미국인 매튜 밀러 씨가 수감 생활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미국 언론을 통해 외부에 알렸습니다. 자국민의 안위를 외면할 수 없는 미국 정부를 거듭 압박하기 위한 의도란 지적입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당국은 25일 이례적으로 밀러 씨가 평양 소재 호텔에서 미국에 있는 가족과 전화 통화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광경을 평양 주재 미국 AP통신의 영상 서비스인 APTN, 즉 ‘AP텔레비전뉴스’가 보도하도록 주선했습니다.

지난 14일 6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밀러 씨는 이날 호텔 나들이에서 교도관의 밀착 감시를 받으며 단 하나의 질문에 답할 시간 밖에는 얻지 못했습니다.

회색 죄수복 차림에 모자를 쓴 밀러 씨는 자신의 수감 생활과 관련해 AP통신 측에 “대부분 땅을 파는 농사일을 하루 8시간 하고 있고 격리된 채 아무와도 접촉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건강 상태는 양호하며 다치거나 아픈 곳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AP통신 측은 밀러 씨의 통화 내용은 들을 수 없었다면서 그가 정기적으로 가족과 통화하도록 허용된 것은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밀러 씨는 이날 호텔에서 미국의 영부인 미셸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존 케리 현 국무장관에게 보내는 탄원서를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와 함께 동봉하는 모습도 내보였습니다.

AP통신 측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을 만난 건 이번이 4번째입니다.

AP 측은 북한 당국이 왜 이러한 취재를 주선하는 지 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인을 억류해 놓고 강제 노동을 시키며 미국 정부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명확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미국의 영부인과 전, 현직 국무장관에게 석방 탄원서를 보내는 밀러 씨의 모습을 공개한 의도도 북한에 고위급 특사를 보내라는 대미 압박용이란 분석입니다.

미국 국무부의 마리 하프 부대변인도 지난 15일 북한이 억류 미국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하프 부대변인: 북한이 억류한 미국인들을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기 위한 볼모로 이용하려 한다는 점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는 최근 북한 당국이 억류 미국인 석방을 위한 미국의 특사 파견 제의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 측이 미국인 억류를 통해 갈취(extort)하려는 정치적 이득을 제공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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