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체포에 ‘북 보위부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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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에 114일간 구금됐다가 지난 20일 추방 형식으로 풀려난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 씨가 25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김 씨는 북한 보위부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중국 공안과 협조 관계에 있었을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영환 씨는 자신을 포함한 네 명의 북한 인권운동가가 중국 공안에 체포 구금된 사건에 “북한의 보위부가 연관됐다고 본다”고 기자회견에서 말했습니다.

애초 보위부가 노렸던 인물은 자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북측 보위부가 추적하고 있던 인물이 따로 있었고, 당시 “그 사람”과 주변 인물을 중국 공안이 체포하는 과정에서 김영환 씨 자신도 체포됐다는 겁니다.

김영환: 중국 안전부에서 저에게 이야기해 준 바에 의하면, 북한 보위부가 '그 사람'에 대해서 납치 혹은 테러를 하려는 징후가 포착되어서, 자기들이 보호 차원에서 검거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김영환 씨는 북측이 노린 “그 사람”의 신원은 밝히지 않은 채 자신과 함께 잡혔다가 풀려난 “세 명 중 한 명”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김 씨는 “중국 당국이 ‘그 사람’을 보호 차원에서 검거했다면서도 이전에 한 달에서 석 달 가량을 감청 미행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북측과 중국 공안이 어떤 형태로든 협조관계에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김 씨와 함께 체포됐다 114일만에 함께 풀려난 사람은 유재길, 강신삼, 이상용 씨입니다. 유 씨는 중국에서 13년째, 강 씨는 10년째 북한 인권운동을 했다고 김 씨는 말했습니다.

자신들이 중국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에 대해 김영환 씨는 구체적으로 밝히길 거부했습니다. 지금 이야기할 경우 아직도 중국 내에서 활동 중인 북한 인권운동가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영환: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순 없습니다만, 그러나 어쨌든 기본적으로 북한 인권에 대한 정보 조사 활동과 탈북자 지원 활동 등을 주로 해왔습니다.

김영환 씨는 자신이 체포된 이유와 관련해 언론에 보도된 다양한 추정과 소문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한국의 정보기관과 함께 북한 내에서 모종의 반정부 활동을 시도했다든지 북한 내 고위급 인사의 망명을 추진했다는 등의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씨는 중국 안전부가 조사 과정에서 “혐의 내용을 이야기하라는 게 아니라 알고 있는 모든 걸 이야기하라는 식으로 나왔다”면서 “(중국 측은) 우리의 한국내 활동과 중국내 활동가들에 대해 알고 싶어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김영환 씨는 중국 내 구치소에 구금됐을 당시 물리적 압박과 잠 안재우기 등 많은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국가안전부 측은 또 김 씨에게 한국으로의 ‘귀환 조건’으로 중국법률을 위반했다고 시인하고 각종 가혹행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강요했지만, 둘 다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김 씨는 말했습니다.

김영환 씨는 이번 사건으로 자신과 동료들이 중국에서 북한 인권 향상을 위해 지난 10여년간 추진해 온 일들이 “상당한 어려움에 처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북한의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는 데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주사파’ 운동권의 대부로 불리던 김영환 씨는 1980년대 ‘수령론’ 등의 내용을 담은 ‘강철서신’을 통해 한국에 ‘주체사상’을 유포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김 씨는 1990년대 말 주체사상에 회의를 느끼고 전향한 뒤 북한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