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매체, ‘미국인 2명 석방’ 보도 안해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4.11.10

앵커: 북한이 장기간 억류했던 미국인 2명을 전격 석방했지만, 북한 주요 매체들은 이를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 억류했던 미국인을 풀어줄 때마다 ‘최고 지도자의 통 큰 결단’이라며 선전하던 행태와 달라 궁금증을 낳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씨와 매튜 토트 밀러 씨 등 2명의 미국인이 석방된 지 사흘이 지나도록 북한의 주요 매체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11일자 노동신문과 우리 민족끼리 등 매체에는 미국을 비난하는 기사가 현저히 줄어든 반면 남한을 비난하는 기사가 많이 실렸습니다.

이날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 인터넷 사이트에는 남한 민간단체의 삐라 살포와 관련해 한국정부를 비난하는 글을 실었지만, 대미 비난기사는 한 건도 싣지 않았습니다.

최근까지 북한매체들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자는 국제사회 여론을 막기 위해 미국의 인권상황을 역으로 공격하는 데 몰두해왔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10월 21일 석방한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56) 씨에 이어 케네스 배씨와 매튜 토트 밀러 씨의 석방사실을 주민들에게 보도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이는 북한이 억류했던 미국인을 석방할 때 습관적으로 써먹던 이른바 ‘최고 지도자의 통 큰 결단’ 선전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그 배경에 관심이 가고 있습니다.

평안북도 국경지방을 통해 연락이 된 30대의 북한의 한 직장인은 미국인들의 석방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미국인 석방 보도는 여태 나오지 않았고, 지방에는 전깃불이 오지 않아 텔레비전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최근 추수기를 맞아 북한이 협동농장 탈곡장에 전력을 집중한 결과 도시와 노동자 지구에는 정전이 자주 되어 관영매체의 보도를 접할 수 없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인민들에게 알리지 말아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앞으로 강연과 학습을 통해 ‘원수님(김정은)의 통 큰 결단’에 의해 석방됐다고 선전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국의 주요 언론과 한반도 전문가들 속에서는 미국의 정보기관 최고 책임자가 방북한 사실에 비춰 미북간 외교적 접촉이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고, 북한이 ‘통미봉남’, 즉 한국을 제치고 미국과 직접 대화방식을 취하지 않는가는 추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의 CNN 방송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통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했다고 9일 보도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의 주요 언론은 클래퍼 국장이 평양 체류 중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등 다양한 수준의 북한 고위 관리들과 면담을 가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세계 주요 외신은 2년 넘게 끌어오던 케네스 배씨 등 미국인 석방 문제를 갑자기 매듭지은 북한의 의도에 대한 의혹을 끊이지 않고 제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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