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체포된 네 살 아이 등 10여 명 끝내 북송

워싱턴-양희정 yangh@rfa.org
2017.11.28
lee_family-620.jpg 이태원 씨 가족.
사진 제공: 이태원 씨

앵커: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서 지난 4일 체포된 네 살 아이와 엄마 등 탈북자 10여 명이 지난 17일 끝내 북한으로 송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에 먼저 정착해 사랑하는 아들과 아내와의 재회를 손꼽아 기다리던 이태원 씨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중국 당국의 처사에 분노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이태원 씨와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2015년 5월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이태원 씨는 지난 몇 년 간 아내와 아들을 안전하게 한국으로 데려오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로 열심히 돈을 모으며 살아왔는데 다시는 이들을 볼 수 없게 됐다며 탄식했습니다.

이태원 씨: 북한에 있는 제 친구가 전화했는데 열흘 전인 11월 17일경에 신의주로 북송됐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살던 고장 보위부에 (중국 단둥과 맞닿은 국경지대인) 신의주 보위부에서 통보가 왔다고 하더라고요, 데려 가라고…제 아내 같은 경우에는 제가 한국에 와 있고, 혼자서 도망간 것이 아니라 자식을 데리고 도망간 거쟎아요. 그러면 설사 한국행을 기도하지 않았어도 가족도주로 간주해 ‘반국가적 범죄’로 취급하는 거에요. (가족이) 이래도 관리소 가고, 저래도 관리소 갈 판국인데 와이프하고 아들을 그런데 넣어 놓고 마음 편하게 못 살지요, 저도.

이 씨의 네 살짜리 아들과 아내는 지난달 탈북해 이 씨가 고용한 전문 브로커를 따라 나섰다가 중국 접경지역인 랴오닝성 선양에서 지난 4일 체포되었고, 지난 6일 중국 당국에 의해 어디론가 이송됐습니다.

이 씨는 이들이 체포된 후 가능한 모든 인력을 동원해 이들의 소재 파악에 나서는 한편, 선양주재 한국 영사관 등 한국 정부와 언론, 인권단체 등을 통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아내와 어린 아들을 북한으로 송환하지 말 것을 간곡하게 호소해 왔습니다.

그러나 몇 일 전 신의주 보위부 측이 고향에 남아 있던 아내의 가족들에게 이들을 고향 보위부로 송환하기 위한 비용을 지불하라고 요청해 와 이들의 북송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하게 되었다는 것이 이 씨의 설명입니다.

이 씨: 좀 더 (중국 안가에) 있게 했어야 하는데… 지금은 후회도 많고, 정말… 제 아내랑 아들한테 너무 미안하고…

이 씨는 중국으로 탈출하기만 해도 최소 5년의 교화형을 받는데 아내와 아들은 ‘반국가적 범죄 행위’로 인해 다시는 나올 수 없는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국제사회가 나서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이 씨: 최대한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봐야죠. 이번에 (아내와 아들이) 북한에 보내졌다고 해도, 국제사회와 언론에서 많이 관심을 가지고 하면 북한이라는 나라 얼굴 때문에 정치범수용소에 안 보내는 일이 있다는 걸 제가 좀 알거든요. 그러면 좋은 거고, 사실은 가능성은 없어요, 그래도… 너무 힘들어요. 할 수 만 있다면 진짜 궁금한데 북송 되면 (탈북자들이) 죽는 것 다 아는데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으면서 왜 북송시키는 지 (중국 당국에) 묻고 싶어요. 저희 어머니는 앓아 누웠습니다.

이 씨는 더 이상 평범하게 회사에 다니는 것이 힘들어졌다고 말했습니다. 가족을 두고 먼저 떠나온 탈북자들이 자신과 같은 슬픔을 겪지 않도록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 문제 등 북한 인권을 고발하기 위해 나서겠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이 씨: 저는 지금 상황에서 볼 때 방송에 나가는 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북한 법이라는게 김일성이 살아 있을 때 “관대하게 용서를 해 준다”는 그런 게 있었거든요. 내부적으로는 그렇지 않은데 외형상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 할 수도 있어요. 그런 경우가 좀 있는 걸로 저는 알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처럼 언론이 북송될 경우 평양 외신 기자들이 북한 정부에 이 사람이 관리소에 가 있냐고 물어보면 최소한 인권이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혹시 정치범 수용소에 안 보내지 않을까…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지만 1퍼센트라도 도움이 된다면 저는 뭐라도 하고 싶습니다.

이 씨는 주변을 돌아보니 북한 인권 단체가 상당히 많다며 이들 단체와 함께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 북송 등 북한 인권을 고발하고 중국과 북한을 압박하는 일에 동참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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