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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부터 2010년 사이 전세계 탈북 난민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2004년 이후 그 흐름을 주도해 온 영국이 최근 들어 주춤한 경향을 보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습니다.
정보라 기자의 보돕니다.
유엔 난민최고대표사무소(UNHCR) 발표에 따르면 전세계 탈북 난민의 수는 1994년 3명에서 2004년에는 343명 그리고 최근 자료인 2010년에는 917명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유엔 난민최고대표사무소에 자료를 요청해 확인한 결과 전세계 탈북 난민의 수는 2001년 이후 크게 달라진 양상입니다. 1994년부터 2000년까지는 탈북자의 난민 신청을 허용한 국가가 미국과 호주 등 12개국이었으나 2001년부터는 독일과 스웨덴 등 일부 국가가 새로 참여함으로써 배나 늘었습니다.
이 중에서 영국의 사례는 특이합니다. 영국은 2004년 처음으로 탈북자 17명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한 뒤 해마다 누적 난민 수가 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증가하다 2009년 들어 증가세가 급격히 떨어지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영국 내 탈북 난민의 수는 1994년부터 2007년까지 281명이던 것이 2008년까지 570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그러다 2009년 한 해 동안에는 4명의 탈북 난민이 입국했고, 2010년에는 7명이 입국하는 등 증가세가 급감했습니다.
이에 대해 영국 런던정경대학원 국제역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최룡씨는 최근 학과 블로그에 ‘탈북 난민을 받아들이는 영국 정부의 딜레마’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통해 영국이 2009년부터 탈북 난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그의 연구보고서에서는 지난 몇 년 간 탈북 난민으로 가장한 조선족이나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영국에 난민 신청을 하다 적발된 사례의 급증, 영국과 북한 간 수교 상황 때문에 영국 정부가 탈북 난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 외국인 거주자에 대해 예전보다 까다로워진 영국 정부의 이민 정책 등이 주요 이유로 꼽혔습니다.
특히 최씨는 영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의 공통된 의견을 인용, 위장이 아닌 순수 탈북 난민의 입국까지 가로막는 영국 정부의 까다로운 입국 심사 절차가 최근 탈북 난민의 영국 입국을 가로막는 커다란 걸림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최룡
: 가장 큰 문제는 실제 북한 주민들 중에 너무 깐깐한 스크린(입국 심사) 제도 때문에 들어오지 못하고 거부당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 화폐나 김일성 뱃지를 보여줘도 그런 것은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아무런 증빙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거나, 혹은 김일성 찬양노래와 같은 북한 문화에 대해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고 책잡는 경우도 많습니다. 너무 깐깐하게 대하고 더 많은 증빙 서류를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입국 거부를 위한 심사 제도이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취해진 행동은 아니라고 봅니다.
최씨는 또 영국에 정착한 탈북 난민들이 북한의 가족이나 친지를 초청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최룡
: 이미 들어온 탈북자들과 (북한 내) 친지들과의 링크입니다. 일부 탈북자의 경우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이나 친지에게 돈을 보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영국 정부가 탈북 난민들이 가족을 초빙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면 좀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영국의 이민∙난민 이슈를 다루는 내무부의 샘 에버스던 대변인은 최근 몇 년 간 탈북 난민의 영국 입국 감소가 제도적 원인이 아닌 다른 데 있다고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Sam Eversden
: 정부 차원에서 탈북 난민을 적게 받기 위해 정책을 바꾸거나 한 적은 없습니다. 영국 정부는 오랫동안 난민들을 보호해 왔고 난민 심사 역시 각자 처한 개별적 또는 소속 국가별 상황에 따라 검토하고 허가하고 있습니다.
에버스던 대변인은 앞으로도 영국 정부가 탈북 난민을 보호하고 수용하는 정책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2006년부터 2010년까지 31명의 탈북 난민이 시민권을 취득해 영국 국민이 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