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노인협회, 탈북자 초청 송년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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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원로들의 모임인 노인협회에서 2012년을 보내며 송년행사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이날 송년행사에는 탈북자들이 초청받아 함께 참석했습니다. 탈북자들이 노인협회 송년의 밤에 초청된 이유가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유지승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27일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교회 대 강당에서는 재미 노인협회의 송년행사가 펼쳐졌습니다. 한국 고유 전통 무용들과 신명 나는 가락들이 어우러지고, 참석한 많은 원로들은 함께 박수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자리에는 노인회에 어울리지 않는, 젊다면 젊은 탈북자들이 초청받아 함께 즐거워하고 있었습니다. 노인협회의 박이한 회장이 이날 특별히 탈북자들을 초청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박이한 회장 : 내가 탈북자니까요. 내가 해방직후 혼자 넘어와서 고통을 너무 잘 알아요.

올해 80을 훌쩍 넘긴 박회장은 북한의 고향을 아직도 그리워하고,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을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평화통일을 원하고 있으며 탈북자들이 미국으로 더 많이 올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회장 : 우리는 6.25도 겪었고 다 알잖아요. 공산 학정에 못 이겨 온 사람들을 우리가 안 도우면 어쩌겠어요. 나중에 어떠한 시기에 봇물 터지듯 (탈북자들이) 많이오면 어떻게 하겠어요? 탈북자 지원은 우리가 해야 해, 정부가 하지만 우리도 꼭 해야 된다고요.

이날 송년잔치는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한방병원 등 의료업계 종사자들도 참석해 노인들의 건강 상담도 함께 진행됐습니다. 탈북 과정에서 몸과 마음을 다친 탈북자들의 건강검진도 함께 이뤄졌습니다. 또한 모두 함께 식사와 친교시간을 갖고 허심탄회하게 마음속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탈북자들은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북한 땅을 탈출해 고된 고생 끝에 찾은 자유를 아직도 믿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김정련 : 자유스럽고, 이런 기쁨을 아이 어른 모두 다 같이 나누는 이런 것을 통해서 외롭지 않다 (생각해요)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김정련씨는 당장 자신의 자유도 감사하지만 이렇게 연말이나 명절 때가 되면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이 생각난다며 눈시울을 붉힙니다.

김정련 :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북한의 부모 형제들이 생각납니다. 불쌍한 고향 동포들도 많이 생각납니다.

2012년을 보내며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이와 같이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탈북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탈북자라는 이름이 아니라 가족, 또는 같은 이민자라는 생각으로 어울려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