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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특구와 함께 북-중 경협의 양대 축으로 주목받고 있는 황금평 개발사업에 대해 북한 관료들조차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6월 착공식을 가진 황금평 개발사업은 그 이후 공사가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북-중 양국은 지난 6월 8일, 양국의 고위급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위화도 - 황금평 개발을 알리는 성대한 착공식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착공식을 진행했던 자리는 철조망이 쳐진 채 막혀있고 착공식 때 동원됐던 장비와 공사인력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공사가 진척되지 않는 황금평 벌판에는 지금 초록색 벼가 일렁이고 있습니다.
황금평 맞은편 국경지대에 거주하는 한 중국인은 “한창 벼가 자라고 있는 황금평 논을 당장 갈아엎고 공사를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면서 “공사를 한다고 해도 가을 수확이 끝난 후에나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황금평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주로 벼농사를 짓는 논이 대부분이고 예로부터 맛있는 쌀이 나오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과연 이 중국인의 설명처럼 가을이 지나면 황금평 개발 공사가 시작될 수 있을지 중국의 기업인들은 물론 북한의 관료들조차 황금평-위화도 개발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사업상 북한 관료들과 자주 접촉한다는 중국 선양의 조선족 기업인 구 모 씨는 최근 북한 경제 관료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황금평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면서 그 내용을 자유 아시아 방송(RFA)에 전했습니다.
구 씨는 북측 인사가 먼저 “황금평에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4m 이상 지반을 높여야 하고 위화도의 경우는 5m 이상을 높이는 기반 조성 공사가 선행돼야 하는데 이게 지금 가능하겠느냐”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장마와 홍수에 취약한 황금평과 위화도를 안전지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반을 높이는 대규모 토목 공사가 필수적이라는 얘깁니다.
그러면서 구 씨는 “북한 측도 황금평 개발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말했습니다. 대부분이 논으로 된 황금평은 지난해에도 홍수 로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구 씨는 또 “섬 주변 토사유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축대 공사도 필요한데 이런 공사에는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이 투입돼야 하고 공사 기간만 최소 3~4년 이상 걸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대규모 토목공사가 전제되는 위화도, 황금평 개발 사업은 경제 논리로만 따지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 입니다.
황금평 개발에 관심이 있다는 중국 단동의 기업인 왕 모 씨도 구 씨와 같은 주장을 폅니다. 왕 씨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부지 공사를 끝낸다 해도 그 비용은 황금평, 위화도에 입주하는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든 부담해야 한다”면서 “많은 중국 기업인들은 황금평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곳인지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북한과 중국이 합의한 ‘조-중 라선 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 경제지대 공동개발 총 계획 요강’이라는 문건에 보면 “위화도 지구는 수문지질, 시공조건이 복잡하여 개발 건설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개발 가능성에 대한 연구와 논증을 더욱 심화 시킨다”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개발의 어려움을 자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황금평의 경우도 위화도보다 지대는 약간 높지만 비슷한 자연 조건이어서 산업단지 부지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중국 기업인들의 시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