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중앙본부의 건물과 토지를 낙찰한 가고시마 현의 사찰 '사이후쿠지'가 낙찰 금액 4천500만달러의 납입기한인 10일 입금을 포기함에 따라 빠르면 8월경 재입찰이 있을 전망입니다.
도쿄에서 채명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조총련 중앙본부의 건물과 토지를 지난 3월 말 45억1천900만엔 즉 약 4천500만 달러에 낙찰한 가고시마 현의 사찰 ‘사이후쿠지’가 낙찰 금액의 납입 기한인 10일 입금을 포기함에 따라 낙찰 자격이 박탈됐습니다.
‘사이후쿠지’의 관계자는 조총련 중앙본부와 가나가와 현 후지사와 시에 있는 동 사찰의 별당을 담보로 일본의 금융기관으로부터 5천만 달러를 융자받기 위해 교섭을 벌여 왔으나 모두 거절당했다고 밝혔습니다.
납부 기한을 하루 앞둔 9일에는 모 건설회사와 융자 교섭을 벌여 오전 중에 교섭이 체결됐으나, 오후 들어 건설회사로부터 융자금액의 입금을 거부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사이후쿠지’ 관계자가 밝혔습니다.
‘사이후쿠지’가 10일 낙찰금액의 불입을 포기함에 따라 조총련 중앙본부의 건물과 토지에 대한 재입찰은 빠르면 오는 8월 경에 실시될 예정입니다.
일본 전문가들은 가고시마 현의 일개 사찰에 불과한 사이후쿠지가 지상 10층, 지하 2층짜리 조총련 중앙본부의 건물과 토지를 평가 금액의 두배가 넘는 4천500만 달러에 낙찰했을 때부터 이 사찰의 자금 조달 능력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왔습니다.
즉 ‘사이후쿠지’의 주지 스님인 이케구치 에칸 대승정은 지난 3월 말 최종 낙찰자로 결정된 후 “주변의 협조를 받으면 구입자금 조달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전문가들은 일본의 금융기관이 융자에 앞서 대북 강경파인 아베 정권의 눈치를 살피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이케구치 대승정이 2009년9월 이후 북한을 다섯 번이나 방문해 김일성 주석의 관세음보살상을 기증한 대가로 북한으로부터 ‘친선훈장 제1급’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짐에 따라 일본 국내 여론이 크게 악화돼 아베 정권의 이면 개입을 자초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편 조총련 본부의 계속 사용을 허가하겠다고 약속한 ‘사이후쿠지’가 낙찰 자금의 입금을 포기함에 따라 조총련은 또다시 본부 이전 장소를 물색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으로 보아 오는 8월경 조총련 중앙본부의 건물과 토지를 새롭게 낙찰한 개인이나 기관이 조총련에 계속 사용을 허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럴 경우 조총련의 핵심 부서는 도쿄 분쿄구에 있는 지상 13층, 지하 1층 짜리 조선출판회관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조선출판회관에는 현재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를 비롯해 20여개 산하단체가 입주해 있어 조총련 중앙본부의 일부 기능과 인원은 다른 곳으로 분산 이전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