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미 만화영화 깜짝 등장

워싱턴-양희정 yangh@rfa.org
2011.09.27
simpson_nk_305 마틴 윌리엄스 씨가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북한 관련 웹사이트( North Korea Tech)에 올린 심슨 가족 25일 방영분에 나온 김정일 찬양 합창단 모습 캡쳐.
사진-마티 윌리엄스 웹사이트 캡쳐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래 연재되고 있는 텔레비전 만화영화 심슨 가족(The Simpsons)에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깜짝 등장했다고 합니다. 어떤 이유인지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음향) 김정일 왕궁을 찾으며 등장하고 친애하는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말함

북한 관련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북한 전문가 마틴 윌리암스(Martyn Williams)씨는 지난 주말 미국의 폭스 텔레비전(Fox TV)에서 방영되는 인기 만화영화 심슨 가족(the Simpsons)을 보던 중 갑자기 김위원장이 등장해 놀랐다고 2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윌리암스 씨: 지난 일요일 방영된 심슨 가족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웨인(Wayne) 편이었습니다. 끝부분에 약 1분 가량 북한에 관한 내용이 다뤄졌는데요. 그가 북한의 수용소에 수감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관한 뮤지컬 즉 가극을 만들었던 이야기를 합니다.)

만화영화 심슨가족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하는 아버지 호머 심슨(Homer Simpson)과 그의 아내 마지 심슨(Marge Simpson) 그리고 세 자녀의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시사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기발한 웃음을 선사하면서 20여년 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25일 방영 분에서 이런 평범한 미국 가정의 이야기 속에 김위원장이 등장해 눈길을 끈 것입니다. 아버지 호머 심슨이 일하는 원자력 발전소에 새로 경비원으로 온 전 중앙정보국 요원 웨인이 북한의 수용소에 있었을 당시 가극을 쓰도록 강요받았다고 밝힙니다.

(음향) Ha, ha, ha…you, you will never be a dear leader! Let’s see what they think.

‘키가 작다고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Being Short is No Hindrance to Greatness)’라는 제목의 가극은 김위원장이 인공기가 새겨진 버스에서 내리며 시작합니다. 그가 키가 큰 서양 신사에게 왕궁이 어디냐고 물으며 자신이 앞으로 ‘친애하는 지도자(Dear Leader)’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신사가 “당신은 결코 친애하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이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면서 막을 열자 합창단이 영어로 김정일을 나타내는 글자를 이용해 북한에 대한 노래를 부릅니다.

“K is for Korea just the north part, I is for the Internet he bans.
M is for the millions that are missing, J is for our human-tasting jam.
O is for oh boy we love our leader, N is for the best Korea north.
G is for gee-whiz we love our leader …”

이들은 ‘김을 표현하는 영어 KIM’은 김위원장이 인터넷 사용을 금지하는 한반도 북녘만을 나타내며 또한 잃어버린 수백만 백성을 말한다고 노래합니다.

미국 서부 스탠퍼드 대학(Knight Journalism Fellowship)에서 북한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윌리엄스 씨는 심슨 가족에 김위원장이 깜짝 등장한 것은 이제 미국인에게 더 이상 북한이 장막에 가려진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윌리엄스 씨: 심슨 가족에서 시사문제를 자주 소재로 삼았습니다. 시청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문제를 날카롭게 풍자하면서 웃도록 합니다. 북한에서 인터넷 사용이 금지되고, 북한 주민 수백만 명이 굶어 죽었던 현실 등을 모르면 이 만화를 이해하지 못하죠. 저는 심슨 가족에 김정일이 등장하면서 북한을 소재로 삼은 것은 북한 주민이 처한 상황을 알고 관심을 기울이는 미국인의 숫자가 그만큼 늘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지난 일요일 북한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본 시청자들은 인터넷 상에 이 부분만 따로 동영상을 띄우거나 ‘김정일 심슨 가족에 깜짝 등장’ ‘심슨 가족도 북한을 조롱하다’ ‘심슨 가족 북한 가극으로 끝나다’ 등의 글을 올리며 윌리엄스 씨가 자신의 웹사이트에 소개한 심슨 가족의 내용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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