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김장 재료값 상승에 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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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겨울철이 시작되면 북한 주민들이 꼭 해야 하는 일이 있지요. 바로 '반철 농량'이라고 부르는 김치 담그긴데요, 하지만, 올해는 재료값이 너무 올라 김장하기가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겨울용 김치 마련은 북한 주민에게 있어 땔감과 식량에 이어 3대 중대사로 꼽히고 있습니다.

중국을 왕래하는 북한 주민들은 "양강도와 자강도를 비롯한 추운 지방은 10월 중순만 되면 김장 전투를 시작하는데, 평안도를 비롯한 내륙지방은 요즘 한창이다"고 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김치 담그기를 전투에 비유할 만큼 북한에서는 김장 마련이 사활적인 문제로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재료값이 너무 올라 김치 담그기가 어렵다고 복수의 북한 주민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평안북도 국경지방의 한 주민은 "장마당에서 소금 1kg은 1천400원(북한돈)에 거래된다"면서 "소금이 진짜 금이 되고 있다는 말이 돌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태풍 15호의 영향으로 서해안 소금밭이 피해를 입어 소금 생산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그는 소금 값이 오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또 김장하는 데 소금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젓갈도 마련해야 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 웬만한 집들은 엄두를 못 낸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그는 "현재 장마당에서 배추 1kg은 천원, 무우는 700원에 거래된다"면서 "5인 가족 기준으로 볼 때 적어도 배추와 무를 각각 500kg 정도는 담가야 하는 데 지금 같아서는 어림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5인 가족의 김치를 담그는데 북한 돈 100만 원 이상 들기 때문에 한 달 월급 2천 원을 받는 노동자의 경우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겨울철 부식물이 특별히 없어 이듬해 봄까지 약 6개월 동안주로 김치를 먹어야 하는 북한 주민들은 김치를 반철농량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2년 전 함경북도 지방에서 나온 한 탈북 여성은 "김장을 담글 때도 빈부의 격차가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탈북여성: 배추가 좋지 못해도 원래 김치를 담가야 하는데, 못 담구면 얼려 가지고 소금이 생기면 그때마다 삶아서 덩어리 지어 먹어요. 돈 있는 집은 괜찮은데, 돈이 없는 집들은 그렇게 먹고 살아요.

그는 "지금쯤이면 고춧가루 가격도 제일 많이 오르기 때문에 대부분 주민들은 백김치를 담근다"고 덧붙입니다.

탈북여성:
고춧가루가 없어 고추장은 만들지 못하는 것이고, 소금이 없어 된장도 못하는 거예요. 못사는 집들은 된장이라는 것을 상상도 못하지요.

한국이나 미국에서 사는 한국 사람들은 겨울 김치 걱정을 별로 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상점에서 조금씩 사다 먹지만, 북한 주민들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전통적으로 겨울이 되면 김치를 담가 먹던 한국 사람들도 이제는 사회가 발전하면서 삶의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고 이 탈북 여성은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