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항공기 구입 발표는 선전용?

워싱턴-정보라 jungb@rfa.org
2012.03.09
koryo air 305 고려항공이 새로 구입한 러시아제 신형 항공기.
PHOTO-GPI CONSULTANCY
북한의 고려항공이 현대화 시설을 갖춘 러시아산 여객기 2대를 추가로 구입한다는 계획을 오래 전에 밝혔지만 현재까지 구입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북한이 체제선전을 위해 허위로 알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정보라 기자가 보도합니다.

외화벌이의 주요수단 중 하나가 관광산업인 북한이 현대화 시설을 갖춘 여객기 2대를 구입한다는 계획을 6년 전에 밝혀 놓고도 아직 구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제 항공 정보 분야의 선두업체인 ‘UBM Aviation’ 산하의 OAG는 북한이 2006년 러시아산 여객기 ‘투폴레프(TUV) 204’와 ‘일류신(IL) 96’을 구입할 계획이라고 보고한 이래 현재까지 구입 기록이 없다고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OAG의 앤드류 시벨 마케팅∙홍보 국장은 “두 여객기 중 ‘일류신 96-300VIP’은 동체의 폭이 넓은 기종으로 에어컨 시설을 갖추고 있어 북한이 현실적인 측면에서 꼭 갖고 싶어한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이 여객기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용기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은 15년 임대계약 형식으로 두 여객기를 구입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세계 항공 뉴스를 집대성해 게재하는 웹사이트 ‘플라이트글로벌 Pro (Flightglobal Pro)’는 2006년 당시 러시아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여객기의 현대화를 통해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교역국인 이란이나 버마, 쿠바 등에 직항 노선을 만들기 위해 ‘일류신 96’과 ‘투폴레프 204’를 찾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여객기 구입 의사를 발표한 지 6년이 지나도 구입을 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체제선전을 위해 허위 정보를 유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OAG의 시벨 국장은 “북한이 항공기 구입 문제로 러시아와 계약을 주고받는 소식이 보통 외부에 잘 발표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특정 사안이 발표된다면 그것은 북한이 체제선전을 위해 이용하려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동유럽권에 속한 루마니아 출신의 언론인이자 북한인권위원회의 사무총장인 그렉 스칼라튜씨는 “북한이 항공기를 구입한다는 거짓 정보를 흘려서 체제선전에 이용한다는 말은 비싼 항공기를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북한이 잘 사는 나라라는 것을 외부에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북한의 고려항공은 20여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1960-70년대 운항되던 구소련제로 상당히 노후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7년과 2010년에 각각 한 대씩 구입한 ‘투폴레프 TU 204’ 여객기 두 대를 제외한 나머지는 국제항공안전기준에 못 미치고 있어, 고려항공은 아예 유럽연합 27개국에 취항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투폴레프 TU 204’ 여객기 두 대는 고려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중 최신 여객기라 할 수 있지만, 국제 항공 정보 업체 OAG에 따르면 2007년에 구입된 여객기의 경우 1993년산이어서 실제 최신 여객기라면 2010년에 구입된 것이 유일합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