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여성-베트남 남성의 ‘30년 러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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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2월14일은 전세계 연인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날로 지켜져 오는 밸런타인 데이입니다. 이날을 맞아 영국의 BBC방송은 국경을 초월한 사랑에 성공한 북한 여성과 베트남(윁남) 남성의 일화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정보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과 베트남이라는 국경과 30년이라는 세월의 장벽을 뛰어넘어 사랑에 성공한 북한 여성과 베트남 남성의 일화가 14일 전세계인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영국의 BBC방송이 재조명한 이 이야기는 1971년 평양에 유학 간 베트남 남성 팜 녹 칸씨가 북한 여성 이영희씨와 30여 년 간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이어오다 급기야 당국의 허가를 받아내 쉰 살이 넘어 결혼에 성공한 일화입니다. 2002년 결혼 당시 이씨는 55세, 칸씨 54세였습니다.

BBC방송은 현재 60대인 이들 부부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길을 걷는 모습이나 칸씨의 낡고 오래된 오토바이를 두 사람이 함께 타고 가는 모습이 베트남 하노이 시내에서 쉽게 볼 수 있다며 부부의 사진을 함께 소개했습니다.

국경을 넘어 사랑에 성공한 부부의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71년 당시 23세였던 칸씨는 한 살 위인 이씨를 보자마자 첫 눈에 반해 결혼하고 싶은 마음을 품었으나 베트남 정부가 당시 국제결혼을 법적으로 금지해 2년 후 홀로 고국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를 잊지 못한 채 편지를 계속 주고받으며 사랑을 이어왔고 칸씨는 북한을 방문하는 베트남 외교관의 통역원으로 북한을 다시 방문해 이씨를 만나곤 했습니다.

칸씨는 이씨를 베트남으로 데려오기 위해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관을 상대로 로비활동을 펼치는 등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북한 정권은 이씨가 다른 남성과 결혼했다던가 사망했다는 거짓 소식을 전하며 칸씨를 단념시키려 했습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배달되는 이씨의 편지에 칸씨는 희망을 잃지 않고 급기야 트란 둑 루옹 당시 베트남 대통령을 만나 당국의 허가를 받아 이씨를 베트남으로 데려오는 데 성공하게 됩니다.

결혼 후 베트남에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이씨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전화회견에서 “연애하고 재회하기까지 30년이 넘었는데 남편이 장가도 안가고 나한테 계속 편지를 보내왔다”고 말했습니다.

[

이영희

] 연애 시작해서 재회하기까지 30년이 넘었는데. (웃음) 이제는 할머니 다 됐는데. 한 1년 반 정도 연애를 했어요. 사실 조선에서. 그 사람하고. 그렇게 하고 헤어졌는데. 헤어질 때 이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못 가졌어요. 그러나 사랑이라는 게 제 마음대로 안되지요. 그 사람하고 다시 만나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때는 마음을 돌이키지 못했는데. 그 30년 동안 이 사람은 장가도 안 가고 나한테 계속 편지하면서 그렇게 30년을 보냈어요.

칸씨도 아내에 대한 감정이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고 BBC 방송에 말했습니다.

20대에 처음 만나 30년이 지난 후 결혼에 성공한 이들 부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는 미국의 유력 시사주간지 ‘타임’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하는 날인 밸런타인 데이 14일 세계 각국에서는 다채로운 행사가 연출됐습니다.

태국 파타야에서는 키스 오래하기 대회가 열려 우승자에게 다이아몬드 반지와 호텔 숙박권 등 상품이 전달됐으며, 중국에서는 사랑의 문구를 새긴 사과가 출시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지지자들이 모여 푸틴 총리에게 밸런타인 카드 보내기 행사를 가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