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18일 미 연방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무력이 뒷받침된 강압외교로 북한 핵을 포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만일 남한과 중국이 북한의 핵포기를 위한 충분한 대북 압박에 나서지 않을 경우 미국은 북한 핵시설에 대한 군사행동에 나설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방장관과 대북정책조정관을 역임했던 페리 전 장관은 이 날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군사공격을 포함하는 강압외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핵개발을 우려하는 미국과 주변국들이 대북 강압외교 방침에 적극 협력할 때만 북한의 핵위협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William Perry: If the US and the concerned regional powers prove to be willing to cooperate in applying meaningful coercive diplomacy, we still could contain this danger.
페리 전 장관은 미국이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기 위해서는 특히 중국과 남한의 대북 압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들 두 나라가 북한 생존에 필수적인 대부분의 식량과 에너지를 제공하기 있기 때문입니다. 페리 전 장관은 북한이 핵포기를 거부하고 계속 핵무기 제조 능력을 늘리려 한다면 중국과 남한은 대북지원을 모두 중단하는 정도의 강력한 대북 압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남한이 그러한 수준의 대북압박에 나서지 않을 경우 미국은 군사행동을 통해 북한의 대형 원자로가 가동되기 전에 이를 먼저 파괴해 버리는 방안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William Perry: US might take the only meaningful coercive action available to it -destroying the reactor before it could come on line.
북한은 가동 중인 영변의 5메가와트 원자로 이외에도 공사가 중단된 50메가와트 원자로와 태천의 200메가와트 원자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페리 전 장관은 물론 대북 군사행동이 매우 위험한 방안이긴 하지만 북한의 대형 원자로가 완성되면 북한은 1년에 10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더 이상 위험하지 않은 대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북한에 대규모 핵폭탄 제조 능력을 허용하는 것은 대북압박 외교로 비롯되는 위험보다 훨씬 더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과거 북한과의 협상 경험에 비추어 볼 때도 빈 말이 아닌 무력위협이 뒷받침되는 경우에만 외교 노력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페리 전 장관은 북한의 핵위협은 북한이 핵폭탄으로 미국을 공격할 가능성 때문이 아니라 동북아의 핵 군비경쟁 가능성과 이란의 핵무장 또 핵무기가 테러리스트 손에 넘어갈 가능성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무기나 핵물질을 제3국이나 단체에게 판매하는 것이 무엇보다 심각한 위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페리 전 장관은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북한의 핵폭탄이 북한 뿐 아니라 테러리스트 단체에 의해서라도 미국이나 남한, 또는 일본에서 터진다면 북한은 중대한 결과(grave consequence)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을 강력히 경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톰 랜토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청문회 모두 발언을 통해 미국이 핵을 포기한 북한과 양자대화를 통해 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임을 밝힌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발언을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Tom Lantos: I was very encouraged by Ambassador Hill's comments yesterday in Berlin opening the door to an eventual bilateral dialogue with the North Koreans on normalization of relations after the nuclear issue has been resolved.
앞서 힐 차관보는 17일 베를린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나 북한의 핵 폐기시 미국은 북한과의 양자협의를 통해 관계 정상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랜토스 위원장은 특히 힐 차관보에게 북한과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도록 최대한의 재량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을 두 번 방문한 경험이 있는 랜토스 위원장은 올 봄 다시 북한을 방문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양자대화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랜토스 위원장은 북한이 지난 10월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이미 북한이 미국의 현재 부시 행정부와는 핵폐기를 위한 진정한 협상을 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면서 가까운 장래에 미국이 북한과 협상을 타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워싱턴-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