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9일까지 이틀간 계속됐던 군사 실무회담에서 남북한이 결국 고위급 군사회담의 일정을 잡지 못했습니다.
관련 소식을 양성원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문: 남북한이 나름대로 진지하게 협상에 임했지만 결국 고위급 군사회담의 의제 등에 합의하지 못했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8일과 9일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린 대령급 남북 군사 실무회담이 고위급 군사회담 개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사실상 결렬됐습니다. 회담 첫 날인 8일에는 9시간이 넘게 회담이 계속됐고 의제 등에서 합의가 안 되자 북한 측은 밤을 새워서라도 합의를 이끌어내자고 적극적으로 나섰는데요. 남북한 양측은 다시 만난 9일에도 한 차례 정회 끝에 회담을 계속 이어갔지만 북한 측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기대치를 끝내 충족시키지 못했고 결국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 버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아직 회담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고 보고 북한 측이 조만간 다시 실무회담을 하자고 요청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 역시 이번 회담의 핵심 쟁점은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남북한의 견해차였던 것 같은데요.
답: 그렇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한은 회담 장소와 회담 일시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회담에 참석하는 대표의 급, 특히 회담 의제와 관련해 첨예하게 대립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측의 입장은 고위급 군사회담이 열리면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를 일단 먼저 논의하고 그 다음에 북한이 주장하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 문제 등을 다루자고 주장한 데 반해 북한은 순서를 정하지 말고 모든 것을 함께 논의하자는 주장으로 맞섰습니다. 고위급 회담 수석대표의 급과 관련해서 한국은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장관 혹은 합참의장이 회담 대표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고 북한 측은 차관급인 인민무력부 부부장, 그러니까 북한 군 계급으로는 상장이나 대장, 또는 총참모부 부참모장을 대표로 하자고 주장하면서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이번 군사 실무회담에 앞서 많은 전문가들은 남북한이 최소한 고위급 회담의 일정을 잡는 데는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그런 전망이 빗나간 원인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답: 앞서 잠시 말씀드렸지만 역시 북한이 자신의 도발행위에 대해 시인하거나 사과하는 문제 등과 관련해 한국 측이 가지고 있는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무회담에 앞서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등이 남북대화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크고, 경제난 속에서 권력세습 과정에 있는 북한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이유를 들며 이번 군사 실무회담을 통해 최소한 고위급 회담의 일정을 잡을 수는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북한이 나름대로 한국 측에 자신의 도발 행위와 관련해 한국 측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입장을 표명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습니다.
문: 실제 북한 측은 나름대로 자신의 도발행위에 대해 한국 측에 성의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고위급 군사회담 일정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것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8일 회담을 마치고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한국 언론에 밝힌 내용을 살펴보면 북한 측은 첫날 회담에서 “본 회담이 열리면 천안함, 연평도 문제는 깨끗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는 등 이번 남북 회담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자세를 보였고 북한이 “천안함, 연평도는 걱정하지 말라는 뉘앙스로 언급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도 8일 회담에서 “북한 측은 천안함 폭침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는 얘기는 안 했다”면서 “다만 고위급 군사회담에서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히겠다고 했다” 또 “의심하지 마라. 본회담이 열리면 의심이 깨끗이 해결될 것”이라면서 한국 측을 설득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는 한국 측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없었던 것인데요. 앞서 한국의 김근식 경남대학교 교수는 조선일보와 회견에서 “본회담이 열리면 북한이 저자세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북한이 내놓을 유감의 수준과 남한의 기대치 사이에 과연 접점을 찾을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주 적절한 지적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문: 그렇다면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북한은 ‘한국 측이 대화를 거부한다’ 이렇게 주장하고 나올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답: 그렇습니다. 한국의 홍현익 세종연구소 연구원은 9일 AFP통신에 북한은 이제 미국과 중국 측에 자신들은 남북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할 만큼 했다” 이렇게 말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홍 연구원은 남북한이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면서 북한은 한국과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도발의 책임을 인정하라는 한국 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한국은 경제적 사정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사정에 처한 북한으로부터 억지로라도 사과를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자존심 강한 북한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는 게 홍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한편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이번 남북대화 과정을 지켜보면서 미국이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언제까지나 한국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MC: 네, 지금까지 남북한 군사 실무회담이 사실상 결렬됐다는 소식과 관련해 양성원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