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북 금강산 조치에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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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북한이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을 취소한다고 밝힌 가운데 한국 정부와 사업자인 현대아산은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입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 사업 독점권의 효력을 취소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지난 4월 8일.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발표한 겁니다.

조선중앙TV:

현대 측과 맺은 금강산 관광에 관한 합의서에서 현대 측에 준 독점권에 관한 조항의 효력을 취소한다.

북한은 다만 북측 지역을 통한 금강산 관광은 북한이 맡아 하되 해외사업자에게 위임할 수 있고, 남측 지역을 통한 관광은 현대가 계속 맡아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현대와 신의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인내성 있게 노력했지만, 남조선 당국의 방해 책동으로 말미암아 끝내 결실을 볼 수 없게 됐다”며 이번 조치의 책임을 한국 정부로 돌렸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대변인 기자회견을 통해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통일부 천해성 대변인입니다.

천해성:

정부는 북한의 이러한 일방적인 주장은 사업자간 계약, 남북 당국간 합의, 그리고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불법부당한 처사로서 받아들일 수 없으며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사업자인 현대아산은 독점 권한을 취소하겠다는 북한의 통보를 받은 뒤 깊은 충격에 빠져 있습니다. 일단 일방적인 통보에 유감을 밝히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대아산 김하영 과장입니다.

김하영:

북측과 맺은 금강산 관광에 대한 모든 합의는 어느 일방의 통보로 효력이 상실되거나 취소되는 것이 아닌 만큼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문제는 금강산 관광 사업이 경색된 남북관계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현대아산의 노력만으론 해결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이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전격 북한을 방문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움직임은 없습니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작년 5월부터 시작한 중국 관광객들의 외금강 단체 관광과 연관이 있는 걸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지금 당장 중국 관광객을 직접 유치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박사입니다.


동용승:

금강산 관광 자체는 동해쪽에서 들어가도록 집중 개발이 돼 있지, 북한 내륙에서 들어가는 것이 굉장히 열악합니다. 그래서 중국 관광객의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는 관광을 하려면 사람을 데려 오는 문제라든지 전기 등 시설을 갖추는 게 필요한데, 그것도 만만치 않다는 거죠.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 사업은 2008년 8월 관광객 피격사건 이후 중단됐으며, 북한은 지난해 3월 천안함 침몰사건을 일으킨 뒤 4월 말 현대아산의 외금강 주요 시설에 대한 동결조치를 집행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기 위한 선결 조건으로 관광객 피격 사건에 대한 북한 당국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등을 요구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