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국제영화제 ‘10배 암표’ 등장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4.09.25

앵커: 평양에서 열린 국제영화축전에 출품된 외국영화를 보기 위해 인파가 몰려들면서 입장료보다 10배나 비싼 암표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평양 영화관들에서 외화벌이를 했다는 비난도 받았다고 하는 데요.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제14차 평양국제영화축전이 젊은이들에게 ‘낭만과 환상의 축제’였다고 중국을 자주 왕래하는 평양주민이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무역거래 차 중국에 나온 이 무역상은 “평양국제영화회관과 개선영화관, 락원영화관을 비롯한 평양 시내 영화관들에서 일제히 외국영화들을 돌리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몰려들어 장관을 이루었다”면서 “특히 애정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이 젊은이들 속에서 각광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개선 영화관에서 진행된 영화관람 때는 표 한 장당 10달러까지 하는 암표가 등장했고, 마지막에는 20달러까지 주고 입장한 관객도 있다”며 후끈 달아올랐던 영화축제 분위기를 이야기 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이 암표 값은 국정 영화표가 열배 가까이 오른 가격이라며, 사람들이 국정가격으로 표를 사기 위해 매표구에 몰려들어 서로 밀고 당겨 심한 부상을 당한 사람도 있었다고 언급했습니다.

한편, 암표가 등장하자, 영화관에 입장하지 못한 주민들 속에서는 “영화관이 표를 가지고 외화벌이를 하냐?”며 거세게 항의하는 소동까지 일어났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평양 국제영화제가 시작되자, 평양시 영화관들에서는 좌석수의 약 30%를 내각과 중앙기관 간부들에게 공급하고, 일부만 팔고 나머지는 영화관 수익사업 차원에서 뒤로 빼돌려 외화벌이를 했다고 주민들이 의심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평양국제영화축제 기간에 평양시민들은 일반 지방주민들이 절대 볼 수 없는 영국, 독일 등 서방세계 영화들을 대형 화면을 통해 직접 구경할 수 있게 됩니다.

올해는 14번째로 국제영화축제가 열린 해로, 특히 평양 젊은이들은 ‘환상의 세계’에 빠졌다는 게 이 무역상의 설명입니다.

평양시 8개 영화관에서 외국영화를 일제히 돌리기 시작하자, 각 대학 학생들 사이에서는 “중국영화가 재미있다는 소문이 바람처럼 퍼졌다”면서 “일부 학생들은 뇌물까지 고이고(바치고) 수업을 뚝어먹고(빠지고) 영화관으로 달려갔다”고 말했습니다.

평양에서 몇 년 전 탈북한 한 30대의 여성도 “어떤 날에는 대학 청년동맹 비서가 아침조회 때 ‘수업에 빠지면서 외국영화보지 말라’고 호통치고는, 자기도 영화관에 버젓이 나타나 학생들을 보고도 못 본척해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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