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이 북한사회 변화 촉발”

워싱턴-홍알벗 honga@rfa.org
2014.12.09

앵커: 최근 북한에서의 급속한 휴대폰, 즉 손전화 보급과 함께 북한사회의 변화가 기대된다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보도에 홍알벗 기자입니다.

휴대폰 때문에 주민의 생활방식이 바뀌고,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개인사업이 인기를 끄는 것은 물론, 그동안 알지 못했던 노동의 가치를 알게 되면서 외부세계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게 돼 북한 주민들의 생활과 전반적인 문화가 크게 변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미국의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8일, 북한의 휴대폰 보급 실태와 함께 휴대폰가입자 수가 240만명을 훌쩍 넘기면서 일어나고 있는 북한내 주민생활의 변화를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소식통을 인용해 소개했습니다.

이 매체는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한데도 불구하고 북한 정부가 앞으로 10만대의 중국산 스마트폰을 수입할 예정이라며, 당 간부나, 정부 지도자, 또는 군 간부가 되는 것보다 이동통신 수단을 이용한 사업이 젊은이들에게 돈을 벌고 출세할 수 있는 방편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평양에 있는 식당 여종업원이 휴식 시간을 이용해 휴대폰에 있는 게임을 즐기는 장면도 목격됐습니다.

미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탈북자 조진혜 씨는 예전과 달리 북한주민들은 만남을 가질 때도 휴대폰을 이용해 약속을 잡는 게 일상화 됐다고 말했습니다.

조진혜 대표: 옛날 같으면 동생이나 제일 약한 친구가 연락책처럼 가서 전달하고 어디로 나와라 어디서 모이자 이렇게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지금은 핸드폰도 잘 들어가니까 부자들은 핸드폰으로 연락을 해서 서로 만나고 이런 것 때문에 굉장히 편한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철저한 도청과 감시 때문에 자유로운 통화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조 씨는 덧붙였습니다.

조진혜 대표: 나쁜 부분이라고 하면 젊은 사람들이 술을 먹고 언어상으로 실수를 했을 때 보위부에서 다 도청이 되다 보니까, 술 깨고 나면 감방에 가서 앉아있고. 말실수로 인해 잡히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 당국이 이렇게 휴대폰 사용을 허용한 것은 주민을 감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도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이미지를 관리하고, 또한 휴대폰 판매를 관장하면서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 특히 고난의 행군 이후로 장마당이 발달되면서 북한 당국이 비공식적으로 세금을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휴대폰을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 팔아 그러한 비공식적인 세금을 받게 되는 겁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정보통신 사업이 적은 초기 투자비용와 값싼 인건비 때문에 북한에서는 다른 사업보다 전망이 밝다며, 현재 중국업체의 하청을 받아 북한 내에서 일하고 있는 고급 인력이 많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외국인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 있는 많은 정보통신 관련 프로그래머들이 자신이 하고 있는 노동의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 모르고 있었으며, 그들이 북한 당국으로부터 쥐꼬리만한 대가를 받고 있다고 알려주자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휴대폰 등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강력한 통제 및 감시가 계속되는 한 북한 주민과 사회의 큰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 휴대폰 덕분에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좀 변했다고 할 수는 있지만 자유 민주주의 세계의 나라들에서 휴대폰이 일반 주민들의 생활을 바꿔 놓은 만큼 북한에서는 그런 변화가 없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정부의 심한 통제 때문에.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 당국이 인터넷 접속을 허용해 주민들이 외부 세계를 접할 수 있도록 해야 문화적인 변화가 촉진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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