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만화 ‘고발’로 북 실상 보여줄 것”

서울-목용재 moky@rfa.org
2017.03.21
cartoon_cover-620.jpg 남한의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최성국 작가가 연재하고 있는 웹툰 ‘고발’ 캡쳐.
Photo courtesy of Naver

앵커: 탈북만화가 최성국 씨가 지난 15일부터 소설 ‘고발’을 인터넷 만화로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발’은 북한에 있는 ‘반디’라는 필명의 작가가 체제를 비판한 소설로 한국을 비롯해 해외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최성국 작가는 “만화를 통해 북한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최성국 작가를 만나봤습니다.

목용재: 북한에서 활동하고 있는 ‘반디’의 소설집 ‘고발’이 화제입니다. 북한 작가가 북한체제를 비판한 글이기 때문인데요. 이 ‘고발’을 인터넷 만화로 그린 탈북 만화가가 있습니다. 최성국 작가인데요. 최 작가를 모시고 앞으로 연재하게 될 인터넷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최 작가님 안녕하세요.

최성국: 네. 안녕하세요.

목용재: 먼저 소설 ‘고발’을 웹툰, 그러니까 인터넷 만화로 연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최성국: ‘고발’은 북한에 있는 현지 작가가 쓴 책입니다. 책에는 북한의 실상이 그대로 나옵니다. 때문에 이 소설을 만화로 그려서 많은 사람들이 북한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고 이를 통해 남북 통일에 기여하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목용재: 북한의 청취자들을 위해 만화 내용을 잠시 소개 부탁 드리겠습니다.

최성국: 내용은 ‘북한 현실’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재미없을 겁니다. 북한의 현실은 그들에게 당연한 것이거든요. 책은 이 책을 쓴 작가의 아내가 남편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남편의 신분적 토대가 너무 한심하죠. 남편의 아버지가 6.25 전쟁이 끝나고 반당반혁명죄로 정치범으로 끌려 들어갔습니다. 그러니까 주인공 가족의 사회성분이 한심한 겁니다. 그것 때문에 당하는 수치 등을 그린 내용입니다. 다만 북한 주민들은 “그게 무슨 치욕이고 수치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이 작가는 사회적 토대 때문에 입당도 못합니다. 그런데 지역의 한 당간부가 이 사람의 아내를 탐합니다. 그런데도 이 아내는 말없이 받아들입니다. 남편이 입당할 때까지 참는 것이죠. 이런 사건들은 북한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나라가 다 있느냐”, “감옥 같은 곳에서 사람이 어떻게 사느냐”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이런 일을 겪는 줄로 압니다.

목용재: 북한에서 신분 때문에 겪는 부조리, 이런 것을 지적하는 것이군요.

최성국: 북한의 인권침해를 지적하는 겁니다. 그리고 공산주의 등에 매달리는 북한 사람들의 허울 좋은 ‘고집’ 등을 그릴 겁니다. ‘고발’의 작가는 북한 바깥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현실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당하고 있는지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목용재: 작가님께서는 원래 ‘로동심문’이라는 웹툰을 연재했습니다. 상당히 재밌는 요소가 많았는데요. ‘고발’은 로동심문보다 무겁게 그려질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최성국: 우선 만화를 밝게 그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북한 현지 생활을 그대로 그려야 하기 때문에 밝게 그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고발’의 내용이 무겁거나 심각한 내용은 아닙니다. 자신들의 생활이니까요. 하지만 제가 그린 인터넷 만화 ‘고발’을 보는 남한 사람들은 무겁게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목용재: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고발’을 연재하는데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최성국: 아무래도 본격적인 만화 연재 전에 인물묘사를 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습니다. 한국말로는 ‘캐릭터 작업’이라고 하죠. 나오는 등장 인물들을 먼저 만들고 이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하는데 이런 작업 없이 바로 연재하려고 합니다.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의 ‘로동심문’ 만화는 극화체로 실사에 가깝게 그림을 그렸다면 ‘고발’은 만화체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목용재: 만화 ‘로동심문’에 대한 언급이 있었으니까요. 북한의 청취자분들을 위해 ‘로동심문’이 어떤 만화인지 간략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성국: 남북이 분단돼서 한세기가 돼갑니다. 우리 민족이 아무리 같은 말을 쓰고 같은 문화를 공유했다고 해도 이제는 다른게 너무 많습니다. 6개월이나 1년, 2년 정도를 이곳에서 살아도 잘 이해할 수 없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런 차이를 줄이자는 취지의 만화입니다. 한마디로 ‘탈북 남성의 좌충우돌 한국사회 정착기’를 그린 만화입니다. ‘좌충우돌’이라고 표현하면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고생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남한은 먹을 것이 많고 집도 있습니다. 한국 정부에서 그렇게 해줬거든요. 의식주와 관련한 근심과 걱정은 없는 상태에서 살기 때문에 이곳 생활은 굉장히 재밌습니다.

좌충우돌의 예를 들어보자면 남한 여성이 북한 남자가 신기하니까 계속 말을 걸고, 또 “친구하자”, “전화번호 달라”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여자가 이러는 것은 상상도 못합니다. 그래서 “나랑 결혼하고 싶어서 저러는구나”라는 착각을 하면서 탈북 남성들은 혼자 사랑에 빠집니다. 그 다음은 화장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요. 남한은 의자처럼 앉는 변기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평양 일부 특권층만 이런 변기가 있습니다. 탈북자들은 이런 의자처럼 앉는 변기에 발을 딛고 올라가서 북한 변기처럼 앉아 용변을 봅니다. 그리고 남한사람들은 친절하잖습니까. 항상 웃으며 이야기 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 구체적으로 묻기도 합니다. 북한에서 이런 사람은 사기꾼입니다. 이렇게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겪을 수 있는 사소한 일들을 만화를 통해 보여줬습니다.

목용재: 그럼 ‘로동심문’과 ‘고발’을 같이 연재하시는 겁니까?

최성국: 일손이 부족해서 일단 ‘고발’에 집중을 할 예정입니다.

목용재: 작가님은 탈북만화가로서 북한, 탈북자와 관련한 만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의미가 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최성국: 저는 남북이 문화를 통해 서로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어릴적부터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세뇌 교육을 받았습니다. 또 거짓말 교육도 너무 많이 받아서 아무리 북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도 “남조선 괴뢰도당들이 우리나라를 고립압살하기 위한 수작”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이런 태도들이 상당히 많이 바뀌었습니다.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 등 한국 상품이 중국 통해 들어가면서 사람들이 바뀌었습니다. 사회주의 배급체제로부터 자본주의 시장경제 기초가 형성되기도 했고요. 국가에서 배급을 안 줘도 모든 사람이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 자생능력도 생겼습니다. 직업도 많아졌습니다. 물론 국가에서 허락하지 않지만요.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이 바뀌면서도 “우리는 이런 자본주의로 사회주의를 지킨다”는 등의 황당한 논리로 자기 최면을 겁니다. 아무튼 북한 주민들이 바뀐 것은 북한으로 문물과 함께 문화가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저는 2010년까지 북한을 직접 겪었습니다. 이후 남한에 들어와서 보니까 북한 사람들을 바꾸는 것은 결국 문화의 힘이 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남북의 문화적 공감을 이루기 위한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목용재: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에 대해 한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성국: 저는 통일 이후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하고 싶습니다. 그때 저같은 사람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남북 통일의 과정에 시행착오가 없길 바라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오히려 10년, 20년 후퇴할지도 모릅니다.

목용재: 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최성국 작가님을 만나봤습니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최성국: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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