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습

서울-박성우 parks@rfa.org
2015.03.05

앵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5일 습격당했습니다. 얼굴과 손에 큰 상처를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입니다. 현장에서 체포된 범인은 경찰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전쟁훈련’ 중단을 외쳤습니다. 북측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국에 대한 남한 민심의 징벌”이라고 논평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5일 오전 7시 40분께 서울 광화문에 있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조찬 행사에 참석했다가 반미•반일 운동단체 대표가 휘두른 흉기에 얼굴과 손을 크게 다쳤습니다.

주한 미국대사가 남한에서 테러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현장에서 체포된 범인은 경찰서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한미 군사연습의 중단을 외쳤습니다. 이번 사건의 배후가 누구인지를 놓고 향후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되는 대목입니다.

리퍼트 대사는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강연회에 참석해 강의를 앞두고 내빈과 함께 식사를 하던 중 ‘우리마당독도지킴이’라는 민간단체의 김기종 대표로부터 공격을 받았습니다.

현장 목격자: 갑자기 유인물을 놓더니만 그냥 쏜살같이 뛰어와서 불과 1-2초 사이에 일어난 일이에요. 대사님 얼굴 이쪽으로 난자당했어요.

경찰은 현재 김 씨를 조사 중입니다. “김씨는 남북 화해 분위기를 가로막는 군사훈련에 대해 미국 대사에게 항의하기 위해 범행했으며 단독 범행이라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김 씨가 말하는 ‘군사훈련’은 현재 진행 중인 한미 ‘키 리졸브’ 연습을 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 씨는 경찰 순찰차에 타기 전에도 ‘전쟁 훈련에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김기종 ‘우리마당’ 대표: (저는) 일본 대사를 테러한 사람입니다. 전쟁훈련 반대합니다. 전쟁훈련을 하면 영원히 통일이 안 됩니다.

김 씨는 지난 2010년 7월에는 주한 일본대사에게 콘크리트 조각을 던진 혐의로 징역 2년과 집행유예 3년을 받은 바 있습니다.

남한 정부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충격을 금치 못하며, 이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 외교 사절에 대한 이러한 가해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으며, 특히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의 대사에 대해 자행되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를 방문 중이던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건은 주한 미 대사에 대한 신체적 공격일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으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고 박 대통령을 수행 중인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전했습니다.

청와대는 김관진 안보실장 주재로 서울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협의했습니다.

회의에서는 김씨의 반미•종북 행적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배후세력 존재 여부 등에 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법에 따른 엄정한 조치를 취하기로 하는 등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남측 정치권도 즉각 반응을 내놨습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유은혜 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테러’라고 규정하며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유 대변인은 사견임을 전제로 이번 김씨의 범행을 “극단적 민족주의자의 개인적 돌출 행동”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관계 당국에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북한과의 연계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테러 용의자 김기정 씨는 헌법재판소로부터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한다는 등의 이유로 해산 결정을 받은 통합진보당이 속해 있던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행동'의 일원이었습니다. 대법원으로부터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민족자주통일중앙협의회(민자통), 우리민족연방제통일추진회의(연방통추) 등도 이곳에 포함돼 있었습니다.

북측은 발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 발생 10시간 만에 논평을 내고 이번 사건은 “미국에 가해진 응당한 징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미 군사훈련을 반대하는 “남녘 민심의 반영이고 항거의 표시”라는 겁니다.

이에 남측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사건의 본질을 왜곡 날조하고 나아가 이를 두둔하는 것을 심히 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기종 씨는 2006년부터 2007년 사이 나무심기 목적으로 8회 방북한 바 있습니다.

김 씨의 공격으로 얼굴과 손을 크게 다친 리퍼트 대사는 병원으로 옮겨져 2시간 30분 가량 수술을 받았습니다. 병원측은 리퍼트 대사의 얼굴 상처를 봉합하기 위해 80여 바늘을 꿰맸다고 밝혔습니다.

정남식 연세의료원장: 얼굴 상처는 오른쪽 광대뼈에서 아래턱까지 길이 약 11cm, 깊이 3cm 정도입니다. 다행히 안면 신경이나 침샘 부위 등에 주요 손상은 없었습니다.

리퍼트 대사는 왼쪽 팔꿈치와 손목 사이에도 3cm가량 관통상을 입었으며, 새끼 손가락의 신경이 손상돼 봉합술을 받았습니다. 정남식 원장은 “얼굴 흉터와 손감각 이상 후유증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입원 중인 리퍼트 대사에게 아랍에미리트에서 전화를 해 5분간 통화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한미동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야 할 것”이라며 “리퍼트 대사의 조속한 쾌유와 회복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리퍼트 대사는 “한미 동맹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중요한 일들을 항상 함께 해나갈 것”이라며 “한국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리퍼트 대사는 수술 경과를 지켜보기 위해 3-4일가량 입원치료를 받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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