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조선의 외자 유치와 외화 벌이 Q/A

북한이 최근 들어 외자 유치와 외화 벌이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유엔의 대조선 제재와 화폐 개혁의 실패로 위기를 맞았기 때문에 전례 없이 억척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진단합니다. 이에 관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북한이 외자 유치와 외화 벌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데 그것은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북조선 당국은 그동안 국가개발은행,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 (대풍그룹)을 만들어 외자를 유치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라선 지역에 외자를 끌어오려고 라선경제무역지대법을 개정하고 대외 개방에 나서고 있습니다. 또 해외에 근로자를 파견하고 중국인을 비롯한 해외 단체 관광객에게는 문호를 개방해 외화 벌이에 더 진취적으로 나섰습니다. 이광근 전 무역상을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에다 임명하고 국가개발은행 이사장에는 전일춘 노동당 39호실장을 앉혔습니다. 두 사람은 경제 감각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같은 일련의 조치는 북조선 당국이 앞으로 있을 본격적인 외자 유치와 외화 벌이를 염두에 두고 내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앵커: 북조선 당국은 무슨 이유가 있어서 외자 유치와 외화 벌이에 적극적으로 나서나요?

기자: 경제난과 식량난을 비롯해 위기가 가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제2차 핵실험을 한 이후 유엔의 대조선 제재로 심각한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그래서 외화 벌이의 주요 수단이었던 무기의 수출이 막혔고 각 기관에서 벌이는 외화 벌이도 신통치 않아서 외화를 잘 만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남북관계의 악화로 그동안 금강산과 개성 관광을 통해 들어오던 달러도 들어오지 않는 실정입니다. 여기에다가 설상가상으로 화폐 개혁의 실패와 장마당의 폐쇄로 체제 유지가 위협을 받는 형국을 맞았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런 최악의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선 외화 벌이와 외자 유치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 이에 적극 나섰습니다. 한편으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을 운영할 자금이 필요한 이유도 있다고 보입니다.

앵커: 북한 당국이 외자 유치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게 된 배경이 있나요?

기자: 외자 유치는 유엔의 대조선 제재 결의에 이것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 당국은 난국을 맞아 유엔의 제재를 위반하지 않으며 경제를 운용해 나가려면 외자 유치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1월에 국가개발은행을 설립하고서 국제 금융기구나 국제 상업은행과 거래를 시도했습니다. 산하 기관 대풍그룹을 통해 해외 자본을 유치하려고 나섰고 라선 지역에 남조선 기업의 진출도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북한이 이렇게 나서게 된 절박한 외환 사정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나요?

기자: 두 가지 사례를 들 수가 있습니다. 미국 맨스필드 재단에서 일하는 고든 플레이크 대표의 발언을 들 수가 있습니다. 플레이크 대표는 얼마 전 서울에서 "전례 없이 강력한 대조선 제재로 북한의 무기 판매 수익이 1년만에 무려 80%나 급감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세계적인 군사문제 연구기관인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연구원도 1월 23일 "유엔 안보리의 대조선 제재가 효과를 나타내고 있어서 북한의 무기 수출은 9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연간 수출하는 무기의 규모는 미국 자료에 따르면 5억 6천만 달러, 한국 자료에 따르면 2천만 달러에서 6천만 달러에 이른다고 나타났습니다.

앵커: 외자 유치에 관한 구체적인 사례로는 이처럼 국가개발은행과 그 산하 기관인 대풍그룹의 활동을 들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외화 벌이의 구체적 사례로는 무엇이 있습니까?

기자: 6일자 동아일보 보도를 보면 북한이 1월부터 함흥 지역을 외국인에게 개방한 사례를 들 수가 있습니다. 이 지역은 김 위원장의 별장과 동해함대 사령부가 있는 요충지입니다. 북조선 당국이 이런 지역까지 개방하려는 조치는 관광을 통한 외화 벌이에 눈을 뜨고 이를 중시한다는 이야기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함흥은 서방 관광객에게는 한 번도 문을 연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1월엔 미국인에 대한 관광 제한을 푼 조치도 있습니다.

앵커: 북한은 유엔 제재를 맞아 무기 수출이 막히면서 어떤 식으로 외화 벌이에 나섰나요?

기자: 광물 자원의 수출로 무기 수출을 대신하는 활로를 찾았습니다. 북한이 무기 판매로 수억 달러를 벌어들이다 이것이 어렵게 됐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석탄과 철광석과 같은 지하 광물을 중국에 수출해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군부가 이 사업을 장악해 벌어들인 외화로 핵 개발계획의 재원을 조달하고 김 위원장의 통치 자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대중국 광물 수출액은 2003년 1천500만 달러에서, 2009년에 2억1천300만 달러까지 급증했습니다. 북한은 최근 인도 철강 회사와도 무산 철광의 개발 및 지분 문제를 놓고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타임즈 오브 인디아를 비롯한 인도의 언론 매체가 6일 보도했습니다.

앵커: 국제 사회는 북한이 이전과는 달리 이처럼 적극적으로 외자 유치와 외화 벌이에 나서는 이유를 어디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까?

기자: 선군 정치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의 장롄구이 교수는 이런 일련의 활동에는 선군 정치를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있을 뿐 일각에서 기대하는 중국식의 개방개혁 노선으로 가겠다는 의지는 찾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장 교수는 북한이 외자 유치에 노력을 들이는 이유로 유엔 제재로 외화가 마르면서 선군 정치에 필요한 자금과 물자가 필요한 상황을 들었습니다. 북한 입장에선 개혁과 개방은 폐쇄 사회를 노출하는 위험이 있습니다.

앵커: 북한의 외자 유치와 외화 벌이의 전망은 어떤가요?

기자: 대북 전문가들은 비관적인 견해를 내놓습니다. 유엔의 제재를 받는 나라에 투자할 나라가 없다고 봅니다. 또 북한 내부가 여러 모로 열악해 외국 자본을 받을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합니다. 이와 함께 국방위원회가 주도하는 대풍그룹이 문제를 안고 있는 조직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라고 봅니다. 더구나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하지 않고는 미국의 영향 아래에 있는 각종 국제 금융기구에서 자본을 유치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북한의 외자 유치와 외화 벌이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