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박물관 진열품 상당수 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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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박물관에 전시돼있는 문화재 중 상당수가 진품이 아닌 모조품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의 인사들과 교류가 잦은 중국의 조선족 사업가 오 모 씨는 "조선의 박물관 소장품 중 국보급 문화재 상당수가 진품이 아닌 가짜를 전시해 놓았다는 얘기를 조선의 한 유력한 인사로부터 직접 전해 들었다"고 자유 아시아 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이 인사는 또 오 씨에게 북한 당국이 민족문화 유산인 문화재를 해외에 비싼 값에 팔아넘기고 이렇게 생긴 돈이 최고 통치자의 비자금으로 흘러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팔아넘긴 문화재 대신 모조품을 만들어 박물관에 전시해 놓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오 씨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지만 얘기를 전해준 조선의 인사가 이 방면에 해박한 사람이고 또 진지하게 말하는 것으로 봐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오 씨는 이 유력 인사의 신원은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습니다.

오 씨 본인도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상당한 충격을 받았고 이 얘기가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심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조선의 역사박물관 소장품에 손 댈 수 있는 사람이 최고지도자 말고 북쪽에 누가 있겠냐며 안타까운 심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오 씨의 증언 외에도 북한당국이 박물관의 문화재까지 은밀히 팔고 있다는 증언은 또 있습니다.

20년 가까이 북한에서 나온 골동품 장사를 하고 있는 북한 출신 화교 왕 모 씨는 조선에서 박물관 문화재 도난 및 유출사건은 드문 일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왕 씨는 조선의 당과 군부의 고위층 치고 진귀한 골동품 한두 점을 소장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얘기는 북한 골동품을 취급하는 골동상인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얘기라고 말했습니다. 왕 씨는 특히 이런 일이 어제 오늘 시작된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중국 단동에서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정 모 씨도 "이제는 조선에서 값이 나갈만한 골동품이 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합니다. 가끔, 골동품 사진을 들고 와서 조선의 고위층이 소장하고 있는 진품임을 강조하며 구매의사를 물어오는 사람이 있는데, 대부분 터무니없는 값을 요구하기 때문에 거래가 성사되진 않는다고 했습니다. 특히 이들 중에는 거래할 생각이 없다고 거절하면 계약금을 조금만 주면 실물을 조선에서 직접 가지고 나오겠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의 값나가는 고문화재 대부분이 권력층의 비호아래 중국으로 밀반출 되어 남한이나 일본 등지로 팔려 나간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으며 주민 속에서도 골동품 거래는 단번에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최고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 같은 사정으로 인해 북한에서 위조된 가짜 문화재가 상당수 중국으로 반출되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