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위부도 못 막은 ‘상등병의 편지’
2016.04.12
앵커: 남한가요 ‘이등병의 편지’가 북한에서는 ‘상등병의 편지’라는 이름으로 널리 불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초모환송행사장에서 초모생들이 ‘상등병의 편지’를 불렀는데 국가안전보위부 조차 이를 막지 못했다고 소식통들은 지적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군에서 상등병은 한국군의 이등병에 해당됩니다. 북한당국은 올해 초모(징집)환송식에서 ‘상등병의 편지’를 부르지 말 것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상등병의 편지’는 한국 노래 ‘이등병의 편지’를 이름만 바꾼 것이라고 복수의 양강도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군사동원부 관계자는 “초모환송식에서 ‘상등병의 편지’를 부르지 말 것을 각 고급중학교들에 거듭 포치(지시)했다”며 “‘상등병의 편지’가 한국 노래라는 사실을 학생들과 초모생들은 잘 알고 있다”고 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북한은 몇 년 전부터 초모생들을 태운 열차가 떠나는 환송식장에서 초모생들과 환송객들이 ‘이등병의 편지’를 부르기 시작하자 이를 단속하기 시작했고 단속을 피하기 위해 초모생들과 학생들은 ‘이등병의 편지’를 ‘상등병의 편지’로 곡목만 바꾸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4월 5일에 있은 초모생 환송행사장에서 ‘상등병의 편지’ 노래를 부르는 것을 막기 위해 혜산시 보위부와 불법영상물 단속 조직인 ‘109 상무’가 동원되었다”며 “하지만 끝내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고 11일 자유아시아 방송에 밝혔습니다.
이날 있은 환송식에서 초모생들을 떠나보내는 친구들과 부모형제들이 ‘상등병의 편지’를 부르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안전보위부와 ‘109 상무’가 삼엄한 경계를 펼쳤고 즉각적인 검거작전에 돌입했다고 소식통은 언급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고급중학교 기악대와 가창대를 동원해 ‘조선인민군 군가’, ‘조국보위의 노래’를 비롯한 군가들을 큰 소리로 부르도록 조직했다며 “그러나 열차가 떠나려는 순간 순식간에 ‘상등병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열차출발의 기적소리가 울리자 이미 열차에 올랐던 초모생들이 일제히 뛰어내려 친구들을 끌어안았고 그 순간 환송식장 여기저기에서 ‘상등병의 편지’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으며 행사에 동원돼 군가를 부르던 학생들마저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보위원들과 ‘109 상무’ 성원들도 우두커니 서서 노래를 막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양강도 보위부는 아직까지 그날 초모생 환송식장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