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안드레이 란코프 “북, 미 공격수단 갖출때까지 핵개발 계속”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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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출신 북한문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 박사. - RFA PHOTO RFA PHOTO

앵커: 5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은 궁극적으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핵탄두와 운반수단을 완성할 때까지 핵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북한문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가 진단했습니다. 변창섭 기자가 란코프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북한이 유엔 2270호 결의로 혹독한 제재를 받고 있음에도 이번에 또다시 5차 핵실험을 강행한 목적이 뭘까요?

란코프: 유엔의 제재결의에도 불구하고 대북제재는 아직 별 효과가 없습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지만 제재 때문에 서민들의 생활수준이 낮아졌다는 징후가 얼마 전까지 전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인 이유는 중국의 태도라고 생각됩니다. 중국은 유엔의 대북제재 2270호가 나온 지난 3월까지 대북제재에 성실하게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강력한 유엔제재가 나온 지난 3월부터 중국은 어느 정도 제재에 참가하게 되었지만 이 제재는 아직 북한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제가 볼 때 핵무기 뿐만 아니라, 믿을 만한 핵탄두 운송수단까지 발전시키기로 결정한 것을 보면 북한은 앞으로도 핵실험과 미사일발사를 자주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기자: 북한은 이번에 핵탄두 폭발실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더욱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각종 핵탄두를 마음먹은대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했습니다. 만일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미국에겐 정치, 군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란코프: 사실상 북한이 미국대륙을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즉 ICBM 배치는 시간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미국은 그 때문에 미사일방어시스템을 개발할 수도 있고 북한 미사일 세력을 궤멸시킬 수 있는 이런저런 무기를 개발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상 미국이 이러한 무기를 개발한 지 수십 년 되었습니다. 물론 원래 대상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나 소련이었습니다.

기자: 혹시 한국의 사드(THAAD)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불만이 가득한 중국의 입장 때문에 북한이 더욱 과감하게 핵실험에 나선 건 아닐까요?

란코프: 사드배치는 제가 보기에 너무 중요한 문제입니다. 결정적인 문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유엔이 제재를 택한 3월부터 8월 초까지 혹독한 대북 제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였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이 북한에 대한 태도를 완화하기 시작한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5차 핵실험 때문에 대북정책을 다시 강경화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습니다.

기자: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노골적으로 무시한 북한에 대해 미국과 동맹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뭘까요?

란코프: 솔직히 말해서 저는 유엔제재로 북한이 얼마나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는지 잘 모릅니다. 그러나 유엔결의 2270호 이후 북한이 아무리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질 경우라도 북한 정권이 핵개발을 포기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경제 때문에 고생을 당하는 많은 사람들은 극소수의 세습적인 권력층이라기보다는 멀고 먼 시골에서 살고 있는 불쌍한 농민들과 노동자들 뿐이기 때문입니다. 북한 지도부는 일반 주민들의 고생을 달가워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중요하다고 보지도 않습니다. 북한 지도부의 입장에서 보면 권력유지와 체제유지는 수만, 아니 수십만 명의 농민, 노동자들의 생존보다 훨씬 중요한 과제입니다. 현 단계에서 북한 국내 경제가 조금 어려워지는 징후가 없지 않지만, 1990년대처럼 기근이 생길 수 있는 경제위기는 결코 아닙니다.

기자: 중국은 지속적으로 유엔의 대북제재에 동참해왔고, 이번 북한의 5차 핵실험에도 비난성명을 냈습니다. 현 단계에서 중국이 취할 수있는 극단적인 대북 제재가 있을까요?

란코프: 제가 여러 번 강조한 바와 같이 북한의 무역을 통제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 뿐입니다. 북한의 무역 구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90% 정도입니다. 중국은 마음만 먹으면 북한 무역을 거의 없애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중국은 이렇게 결정적인 조치를 취할 의지가 없습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북핵은 도전이지만 북한의 국내 불안정이나 혼란, 혁명은 보다 더 큰 문제입니다. 중국은 남북통일을 결코 원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의 핵개발을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북한에 대한 압력을 조심스럽게, 비교적 부드럽게 하고 있습니다. 이번 5차 핵실험 때문에 중국이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 나올지 당장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기자: 한국도 북한의 핵포기를 위해 김정은 정권에 각종 압력을 가해왔는데요. 이 시점에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제재방안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간단히 말하면,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제재방안은 없습니다. 사실상 지난 몇 년 동안 남한 정부는 할 수 있는 대북제재를 다 했습니다. 지금 남한은 북한과 아무 경제, 인적 교류도 없고, 아무 협력도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남한 정부가 북한에 대해 더 많은 압력을 가할 방법이 아예 없습니다.

기자: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전략적 접근정책을 펼쳐왔고, 그러는 사이 북한은 벌써 여러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와 더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뜻이죠?

란코프: 물론 김정은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지만 현 단계에서 북한이 미국이나 남한과 회담을 할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적어도 실천주의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회담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현 단계에서 북한의 목적은 미국 대륙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미사일, 잠수함탄도미사일 즉SLBM, 그리고 이들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를 수십 개 개발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이 목적을 달성한 다음에 미국과 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때도 그들의 목적은 결코 비핵화가 아니라 군축 회담일 것입니다.

기자: 이번에도 북한의 핵도발에 대해 유엔안보리가 규탄성명 혹은 제재결의가 뒤따를 것 같은데요. 북한의 핵도발과 유엔제재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돌파구는 무엇일까요?

란코프: 저는 북핵 문제에 관해 낙관주의자가 결코 아닙니다. 쉽게 말하면 돌파구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기존의 유엔 결의 2270호보다 더 혹독하고 강경한 제재가 있을 수도 있고, 중국은 이 제재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압력이 초래할 결과는 북한 엘리트 계층보다는 평범한 북한 사람들의 고생 뿐입니다. 제재로 인해 북한에서 심각한 기근이 생길 경우에도 북한 엘리트 계층은 핵 포기에 대한 검토를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편으로 보면 북핵 회담에 대해서도 별 희망이 없습니다. 회담으로 북한 핵무기 개발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지만, 비핵화를 이룰 수 없습니다. 제가 보니까 북한은 오랫동안 핵보유국가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좋은 소식이 아니지만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기자: 이번 5차 핵실험을 통해 북한 김정은 정권은 어떤 상황에서도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했습니다. 정말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란코프: 다시 한번 똑 같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상황에선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없습니다. 대북제재는 회담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훗날 북한이 기존 핵개발을 어느 정도 동결하도록 하는 타협이 가능할 지 모르지만 현 단계에서 이러한 타협도 가능성이 없습니다. 물론 북한에서 혁명이 발생하고 현 정권이 무너진다면 새로운 신정권이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하고,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혁명이 언제 어떻게 생길지 알 수 없습니다. 물론 아예 생기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은 향후 북한에 대해 선제 타격을 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공습은 너무 위험할 뿐만 아니라 성공할 가능성도 낮고, 국제법의 위반일 수 있기 때문에 실행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이와 같은 선제타격은 대재앙이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 때문에 제가 볼 때 우리는 핵무기를 갖고 있는 북한과 공존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위험하고 국제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지만 현재 단계에서 대안은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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