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인터뷰]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트럼프 행정부, 북 도발시 군사조치 가능성”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7.01.06
DavidStraub-200.jpg 데이비드 스트라우브(David Straub) 전 국무부 한국과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준비가 막바지에 들어섰다고 말해 국제사회에 충격을 던졌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이 같은 위협이 1월20일 새로 출범하는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해 뭔가 양보를 얻으려는 속셈으로 파악하는데요. 북한현안과 관련해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보는 ‘집중 인터뷰’ 이 시간에는 이 문제와 관련해 전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냈고, 최근까지 스탠퍼드 대학 부설 아태문제연구소 한국학 부소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씨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진행에 변창섭 기잡니다.

기자: 김정은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를 보면 북미 관계에 관한 특별한 언급은 없습니다. 혹시 그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재검토 작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생각일까요 아니면 과거처럼 핵 혹은 미사일 도발로 트럼프 행정부를 시험할 것으로 봅니까?

스트라우브: 핵이나 미사일 실험을 언제 단행할 것이냐와 같은 북한의 전술적 행동에 대해 우린 그저 합리적인 추측을 할 뿐입니다. 제 평가는 이렇습니다. 북한은 2006년 첫 핵실험을 단행한 뒤 당시 부시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완화한 것을 보고 오바마 행정부가 2009년 출범한 뒤 또 다시 핵실험을 단행했습니다. 북한은 분명 오바마 행정부도 전임 행정부처럼 나올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즉 북한 조건대로 협상에 응할 것으로 말이죠. 하지만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을 보고 북한이 협상을 통해 핵 프로그램을 종식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가졌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의 핵 혹은 미사일 실험에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알 길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트럼프 당선인 자신조차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북한은 핵 혹은 미사일 실험을 하기 앞서 평가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 많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한 뒤 북한이 실제 실험에 나설지 현재로선 알길이 없습니다.

기자: 이번 연설에서 특히 주목되는 게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준비가 막바지에 들어갔다고 선언한 점인데요. 혹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행정부를 염두에 두고 모종의 메시지를 전하려 한 것은 아닐까요?

스트라우브: 김정은의 그런 발언이 트럼프 행정부를 염두에 둔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물론 다른 목적도 있었을 겁니다. 이를테면 북한 인민들에게 자신이 강하고 결단력있는 지도자라는 걸 과시하고 싶은 것이죠. 이번 발언은 북한의 이전 지도자들이 북한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핵무기 국가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명백히 전달하려 한 전례와 일맥상통합니다. 제가 보기에 북한은 핵 공격할 수 있는 위협적인 수단이 있다는 걸 미국에 과시해서 자기들 조건에 맞는 협상을 강요하고 싶어 합니다. 북한의 조건엔 미국의 북한 핵보유국 인정, 경제제재 해제, 한국과의 동맹 철폐 등이 포함됩니다. 북한이 미리 핵과 미사일 실험을 위협하고 그런 능력을 과장하려는 까닭도 실은 미국이 위협감을 느끼도록 하려는 북한의 전략적 목적이지요. 하지만 지난 10년 간 그런 길을 추구했어도 미국은 무력을 사용해 이를 저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결코 그러지 않을 것으로 북한은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은 미국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래서 김정은이 위협적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도 된다고 느끼는 것이죠.

기자: 미국과 한국은 매년 3월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합니다. 혹시 김정은 위원장이 이런 훈련을 핑계삼아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을 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스트라우브: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북한의 목적은 국제적으로 합법적 핵국가로 인정받는 것입니다. 북한이 그걸 이룰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자신들을 미국의 핵 위협 등의 피해자로 묘사하는 겁니다. 북한은 스스로 방어하기 위해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강변합니다. 하지만 1950년 한국전에서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에 이르기까지 정작 공격을 한 쪽은 북한입니다. 북한의 선전매체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전쟁의 전조로 늘 주장해왔습니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악마화하려는 북한의 장기적 노력은 한미동맹을 와해시켜 궁극적으론 종식시키려는 그들의 원대한 전략적 목적과 일치합니다.

기자:  만일 김정은이 진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을 강행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반응할까요? 추가 경제제재 외에 군사 제재도 취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스트라우브: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물론 현 단계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자신을 포함, 누구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습니다.  김정은의 위협에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그런 반응으론 북한이 추가 미사일 시험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충분하지 않습니다. 김정은이 트럼프가 취임 후 정말 미사일 시험에 나설 경우 트럼프는 아주 강력히 대응하라는 커다란 압력에 직면할 겁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취임도 하기 전에 북한의 우방인 중국을 소외시키는 바람에 중국과 공동 보조아래 강력한 행동에 나서긴 어려울 겁니다. 따라서 트럼프가 미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 경우 트럼프가 군부에 대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라고 명령할까요?  아니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대를 선제 공격하라고 명령할까요? 미국의 군사 제재에 맞서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까요? 지금은 북한이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모두 그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모릅니다.

기자: 최근 망명한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전 공사가 한국 언론과 회견에서 김정은이 10조원, 미화로 약 83억달러를 줘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북한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스트라우브: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국정의 우선 과제 목록에 올려서 철저한 대북제재 이행을 포함 대북 압박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핵위협은 절대 통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상황만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란 점을 김정은이 깨닫도록 해야 합니다.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대북정책을 내놓을지 두고 봐야 겠지만 미국은 절대 북한이 원하는 조건으로 협상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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