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인터뷰] 헤커 “핵재앙 피하려면 미북 직접대화 필요”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7-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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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회담 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회담 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 공격까지도 포함하는 여러 선택방안이 담긴 대북정책 재검토 작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16일 일본을 방문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지난 20년 간 미국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며 “새로운 대북 접근방법이 필요하다”고 밝힌 데 이어 17일 한국을 방문,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정책이 끝났다”며 대북 강공책을 시사했습니다. 북한 현안과 관련한 ‘집중 인터뷰’ 에서는 북한 핵단지를 여러 번 방문한 미국의 저명한 핵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Siegfried Hecker) 박사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헤커 박사는 북한 핵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북미 직접대화가 급선무라고 주장합니다. 변창섭 기자가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C) 선임 연구원으로 있는 헤커 박사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대화보다는 강경책으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습니다. 박사님은 올해 1월 미국 유력일간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과 직접 대화가 트럼프 행정부에 최선의 선택방안이라 주장했는데요. 왜 그렇습니까?

헤커: 저는 트럼프 행정부 사람들이 북한과 직접 대화하는 게 긴요하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핵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정권과 대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하는 주된 이유는 북한과 잠재적인 핵 충돌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해서입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해도 되는지 혹은 핵을 포기할 것인지 하는 문제는 훨씬 장기적인 문제입니다. 현재 당면한 사안은 우리가 핵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이고, 따라서 핵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게 바로 대화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기자: 6자회담이 있는데 미북 양자회담을 굳이 주장하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헤커: 1994년 제네바 협상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제네바 협정이 도출됐기 때문입니다. 현 시점에서 미북 직접대화를 권하는 주된 이유는 핵 재앙을 방지하기 위해섭니다. 미국은 북한의 핵 의도가 무엇인지, 북한이 핵무기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북한의 핵정책이 무엇인지, 핵 사고를 막기 위해 북한은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핵무기 안전 대책을 어떻게 수립하고 있는지 등을 알아야 합니다. 이런 논의는 다자협상을 통해 할 수 없습니다. 이런 논의를 북한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유일한 나라는 미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핵 재앙을 막기 위한 대화는 미국과 북한 간에 직접 이뤄져야 합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한국도 포함해야 하고, 중국도 포함해야 하고, 6자회담국인 일본, 러시아도 포함해야 합니다. 결국은 다자간 협상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핵 재앙을 막기 위한 의미있는 협상을 이루려면 미북 양자회담이 이뤄져야 합니다.

기자: ‘핵재앙’ 의 의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헤커: 제가 우려하는 바는 이것입니다. 확실히 알 순 없지만 북한은 지난 10년 동안 정말 위협적인 핵무기고를 건설했습니다. 북한은 아마도 20~25개에 이르는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 원료를 확보했습니다. 북한은 계속해서 좀 더 정교하고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그런 강력한 핵 화력을 가진 상황에서 내가 핵재앙을 우려하는 까닭은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고, 그들의 핵무기의 보안과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북한 정권의 오판이 생길 수도 있으며, 나아가 한반도에 군사충돌이 생겨 긴장이 격화돼 핵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행여 북한이 어떤 형태의 핵무기를 어떤 방식으로든 한반도에서 사용한다면 그게 바로 ‘핵 재앙’입니다. 오늘날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에서 핵무기가 사용되거나 폭발하는 것을 막는 일이고, 그게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의 첫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기자: 미북 대화가 잘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특사를 파견하기 앞서 북한 측의 비핵화 다짐을 받을 필요는 없나요?

헤커: 그런 식의 접근은 저의 우려를 잘못 이해하는 것입니다. 당장 저의 우려는 핵무기 사용을 방지하자는 것입니다. 비핵화 문제는 점차적으로 이루어야 할 장기적인 과제다. 물론 협상은 궁극적으론 북한의 비핵화를 겨냥해야 합니다. 하지만 비핵화는 향후 몇년 동안 해결될 사안이 아닌 훨씬 장기적 과제입니다. 제가 주장하는 건 당장 북한과 협상하라는 게 아니라 핵 재앙을 막기 위한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자: 북한은 기존의 핵무기 외에 해마다 6~8개의 핵무기를 추가할 수 있다고 주장하셨는데요?

헤커: 제 추산은 플루토늄에만 근거한 게 아닙니다.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1년에 최대 한 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양의 플루토늄을 생산합니다. 제가 최선의 추측을 해보건 데 북한은 아마도 일 년에 6개까지 고농축 우라늄 폭탄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북한은 매년 6~8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핵 위기가 지금 우리 곁에 있다는 걸 인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북한이 미국 본토에 미칠 수 있는 핵탄두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기자: 대북정책 재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에 어떤 충고를 하시겠습니까?

헤커: 우선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서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형태의 잠재적 핵 재앙도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북한 측 얘기도 들어본 뒤 미국이 동맹인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고한 공약엔 변함없으며, 북한의 인권과 궁극적인 북한의 비핵화를 중히 여긴다는 점을 그들에게 주지시켜야 합니다.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협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북한에 득이 된다는 점도 이해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게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저의 충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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