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국의 두 북핵 합의의 주역들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정반대의 해결책을 내놨습니다. 결국 미국이 북한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과 대화에 나설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과 한국의 차기 행정부는 적당한 시기에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가 4일 밝혔습니다.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를 이끈 갈루치 전 특사는 이날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와 한국의 통일준비위원회가 주관한 한반도 관련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한미 양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뒤 한반도에서 협상을 통한 위협 해소가 가능하다면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특히 최근 언론 기고문을 통해 북한과 대화를 북한 달래기로 묘사한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를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힐 전 차관보가 제기한) 대북 대화 무용론은 정치적인 의도로 북한 핵문제 해결의 한 방안인 협상의 타당성을 깎아 내리려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2005년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로 북한 비핵화 합의인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낸 힐 전 차관보는 지난 달 기고문을 통해 북한과 대화를 유화책으로 규정한 뒤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당시 북한과 대화는 핵보유국 인정을 노리고 있는 북한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갈루치 전 특사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등 대북압박 강화가 과연 현명한 방식인가 반문하면서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이 최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이제껏 제재 강화로 북한을 더 옥죌수록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양적, 질적으로 향상됐습니다.
그는 다만 미국이 북한과 협상에 앞서 한국과 사전에 상의해야 하고 한미동맹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는 유인책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특히 중국에게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여전하다며 미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중국에 맡기다시피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