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2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직후에는 단독 오찬도 열렸습니다. 양측은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의 '항일 전쟁 및 세계 반 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2일 베이징을 방문한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이 첫번째 일정으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핵심 의제 중 하나는 북한 문제였습니다.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한반도의 긴장 상황을 해소하는데 중국측이 우리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준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달 4일 발생한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과 관련해 중국 정부는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 등을 통해 "남북 모두 자제하길 바란다"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북한의 DMZ 도발 사태는 언제라도 긴장이 고조될 수 있는 한반도의 안보 현실을 보여주었고 한반도 평화가 얼마나 절실한가를 보여준 단면이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한중 양국 간에 전략적 협력과 한반도의 통일이 역내 평화를 달성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청와대에 따르면, 두 정상은 8·25 합의와 관련해서도 "최근 한반도에서 조성됐던 긴장 상태가 남북간 협의를 통해 완화된 것"으로 평가하고 이번 합의가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가속화되기를 희망했습니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한중 양측은 9·19 공동성명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들이 "충실히 이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청와대가 전했습니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북한이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나왔습니다.
북핵 불용 원칙도 다시 한 번 확인됐습니다. 양국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확고히 견지한다"면서 이를 위해 "의미있는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이에 덧붙여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한반도의 비핵화, 평화와 안정,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등 한반도와 관련한 3대원칙을 견지하고 있음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반도 통일 문제와 관련한 논의도 있었습니다. 청와대는 시 주석이 "한반도가 장래에 한민족에 의해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면서 "금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정상간에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중관계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이번 회담이 종전 70년이자 한국의 광복 70주년을 맞는 해에 열리는 만큼 더 의미가 크다면서 앞으로 여러 도전을 해결해나가는데 잘 협력하자고 말했습니다.
시진핑 주석도 "오늘날 박 대통령과 저의 협력으로 현재 한중관계는 역대 최상의 우호 관계로 발전했다"며 "현재 한중 양국은 정치, 경제, 무역 등 다방면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민간교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전승절 행사에 남측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지만 북측 지도부는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특사로 파견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며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은 여섯 번째입니다. 반면에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예정된 시간을 14분 넘겨 34분간 정상회담을 진행했으며, 회담 종료 후 1시간여 동안 특별 오찬을 함께 했습니다.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외빈 가운데 시 주석과 단독 오찬을 하는 정상은 박 대통령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승절 행사에는 각국 정상 30여명과 국제기구 대표 10여명 등이 참석합니다.
박 대통령은 3일 오전에는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중국의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합니다. 박 대통령은 중국 인민해방군 등이 진행하는 열병식을 시진핑 주석의 "바로 옆 자리"에서 참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4일에는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식에 참석하며, 이후 동포 간담회와 한중 경제회의에 참석한 뒤 귀국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