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이 전하는 북한의 오늘’(2)–“올해 농사 망쳤어요”

오사카-노정민 nohj@rfa.org
2017-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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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변에서 빨래하는 북한 여성. 요즘은 국경 경비대의 허가를 받지 못하면 강변에 나오지 못한다. 2017년 7월, 이시마루 지로 촬영
압록강 변에서 빨래하는 북한 여성. 요즘은 국경 경비대의 허가를 받지 못하면 강변에 나오지 못한다. 2017년 7월, 이시마루 지로 촬영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전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 북한. 오늘날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습니다. 내부 상황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려면 북한에 사는 주민의 말을 들어보고 확인한 뒤 이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는데요,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 내부 상황을 취재하는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를 찾아 현지 주민이 전하는 북한의 현주소를 들어봤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시간으로 ‘망친 올해 농사’를 조명해봅니다. 보도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북한 내 취재협력자를 통해 현재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과 주민의 생활∙반응 등을 취재하고 있으며 지난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는 북∙중 국경지방을 직접 다녀왔습니다.

또 이시마루 대표는 오늘날 북한의 실상에 대해 직접 북한에 사는 주민에게 물어보거나 조사를 부탁하고 이를 두 번, 세 번 재확인하면서 제대로 실체를 파악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이시마루 대표가 직접 보고 현지 주민에게 들은 북한의 현실에서 또 하나 강조한 것은 ‘망쳐버린 올해 농사’였습니다.

- 가뭄 탓에 북부지방과 곡창지대 수확량 감소

- 여러 농장에서 “올해 농사 망쳤다”

- 농촌 상황은 더 심각, 농업정책 실패 드러내

- 내년도 농촌 상황이 더 걱정


이시마루 대표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회견에서 “올해 북한의 농사가 매우 안 좋다.”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함경북도와 양강도, 평안북도 등 북부 지방은 물론 북한의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에서도 옥수수와 벼농사 모두 큰 타격을 입었는데요, 심각한 가뭄 때문입니다. 어떤 농장에서는 ‘완전히 망했다.’라는 말까지 나오는데요,

[Ishimaru Jiro] 올해는 농사가 대단히 안 좋아요. 특히 북부 지역은 옥수수 중심이지만, 어떤 농장은 완전히 망했다는 말도 현지 조사결과 나왔어요. 또 가뭄과 관련은 없지만, 농민이 매우 어렵게 삽니다. 굶는 세대까지 있다고 하는데요. 농민이 생산자인데, 왜 생산자가 굶어야 하는가? 를 짚어봐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이시마루 대표는 농촌 지방의 심각성을 주목했습니다.

농촌에 사는 주민들. 쌀과 옥수수를 직접 생산한 계층이 오히려 식량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하는데요, 이시마루 대표는 도시가 농촌을, 권력이 농민을 착취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습니다.

2012년 말부터 시작된 분조관리제. 농민이 생산한 수확량에서 국가가 정한 일정량을 바치고 나면 나머지는 농민이 얼마든지 처분할 수 있었습니다. 열심히 일한 만큼 수입도 많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농민도 좋아했는데요, 하지만 그 기대가 무너지기까지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Ishimaru Jiro] 애초 설정한 할당량, 즉 국가가 가져가는 분량이 원래 많았고, 약속한 것 외에 가져가는 분량이 매우 컸어요. 예를 들어 애국미라는 이름의 군대 지원이 그것입니다. 개인이 생산한 만큼 농민이 많이 가질 수 있다는 제도지만, 그만큼 농민의 부담도 많아졌습니다. 또 비료나 농기계 등은 봄에 제공하지만, 그 비용은 가을에 갚아야 합니다. 그것을 현금이나 수확량으로 갚아야 하죠. 뿐만 아니라 농민도 당연히 생활용품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국가에서 주는 것이 없으니까 현금을 가지고 시장에 가서 구매해야 하는데, 그 현금이 어디서 나오느냐? 하면 가을에 수확한 알곡을 팔아 현금을 만들 수밖에 없잖아요. 결국, 옛 보릿고개처럼 봄(4~5월)이 되면 먹을 식량이 없어지는 거죠.

현재 도시 주민은 굶지 않는다는 것이 이시마루 대표의 판단입니다. 북한 전국의 어느 시장에도 쌀과 옥수수 등 식량은 충분하고요, 장사해서 현금 수입을 얻는 도시 주민은 얼마든지 시장에서 먹을 것을 살 수 있습니다. 정작 쌀과 옥수수의 생산자인 농민의 삶은 계속 어려워졌는데요, 김정은 정권의 새로운 농업정책도 결국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올해 농사도 망쳐버렸기 때문에 내년도 농촌 지역의 식량 사정이 걱정인데요,

[Ishimaru Jiro] 여기에다가 올해는 농사가 잘 안되지 않았습니까? 2018년도의 농촌 생활이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이런 가운데 요즘 북한 시장에서 쌀과 옥수수 가격이 오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2일 현재 나진시에서 거래된 쌀 1kg은 가격은 6천100원으로 지난 7월 중순보다 200원 올랐고요, 옥수수도 1kg에 2천400원으로 같은 기간 300~400원가량 뛰었습니다. 가을임에도 식량 가격이 내리지 않고 오른 이유는 역시 올해 초 가뭄 때문에 곡물의 작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 또 북한 주민의 생활과 관련해서는 무엇을 보셨나요?

[Ishimaru Jiro] 북한 내부에서는 시장 경제화가 계속되면서 주민이 나름 자기 힘으로 먹고살게 돼 있습니다. 북한 주민 스스로 노력해서 일하고 현금을 벌어 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해 살고 있는 모습이잖아요. 이를 보고 좀 안심했습니다. 주민보다 오히려 군대가 약하게 보였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북한의 사회구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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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변에서 세탁하는 젊은 병사들. 병사의 등에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다. 2017년 7월, 북∙중 국경지방에서 이시마루 지로 촬영.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 북∙중 국경지방 ”지금까지 가본 시기 중 최악”

- 철조망 확장, 경비 강화, 조선족 마을 감소 등 탈북 조건 나빠져

- 중국 경비도 강화, 외국인 통제 등 삼엄한 분위기 여전


한편, 이시마루 대표에게 직접 본 북∙중 국경지방의 표정을 물어봤습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어떤 변화를 엿볼 수 있는지가 궁금했는데요. 이시마루 대표는 지금까지 다녀 본 북∙중 국경지방의 분위기 중 최악이었다는 평가를 내놓습니다.

[Ishimaru Jiro] 북한 쪽 국경 경비가 강화된 것은 이전부터 있었는데 확실히 철조망이 커지고, 높아졌습니다. 철조망은 (국경지방이) 1천400km니까 엄청난 비용이 들지 않습니까? 중국은 가능하지만, 북한 측은 재정적으로 어려워도 지금은 압록강 최하류, 단둥과 신의주보다 더 하류에 가까운 지점부터 상류까지 철조망이 기본적으로 설치돼 있더라고요. 높이가 많이 올라간 것 같고, 상류 쪽에서는 고압 전류를 투입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것은 확실히 눈으로 확인했어요.

북한이 철조망을 확대하는 이유는 주민의 탈북과 밀수, 중국과 오가는 월경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중국 측에도 경비가 강화됐고, 국경 지역에 사는 조선족도 많이 사라졌는데요. 도시로 떠나거나 한국, 일본 등으로 이주하면서 조선족 마을이 크게 축소된 것도 북한 주민의 입장에서는 탈북이나 월경 등의 조건이 많이 나빠진 셈입니다.

이시마루 대표가 직접 본 국경지방의 표정은 국경 경비의 강화, 외국인 통제 등으로 삼엄함 그 자체였는데요, 이시마루 대표의 마지막 소감에서도 북한 전체가 거대한 감옥 같다는 현지 주민의 말이 실제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 삼엄하고 썰렁한 분위기를 느끼고 오신 것 같아요.

[Ishimaru Jiro] 네. 맞습니다. 저도 북∙중 국경지방을 오간 지 25년이 됐는데요, 최악이었죠. 제일 삼엄하고 경비가 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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