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우라늄 농축중단 검증 ‘언제, 어떻게?’

MC:

북한은 지난달 말 제3차 미북 고위급 대화에서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하고 이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받기로 미국 측과 합의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앞으로 국제원자력기구가 언제, 또 어떻게 북한의 우라늄 농축 중단을 검증하고 감시할 수 있을지 양성원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문: 최근 북한은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하기로 하고 이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허용하기로 미국 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는데 정확히 그 합의 내용이 무엇인지 우선 궁금합니다.

답: 지난달 29일 미국과 북한은 동시에 제3차 미북 고위급 대화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북한 측은 ‘결실있는 회담이 진행되는 기간’이란 전제를 달고 영변 우라늄 농축 활동을 임시 중지하고 이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에 비해 미국 측은 아무런 전제도 없이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영변의 핵 활동을 유예, 즉 잠정 중단하기로 하고 이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의 검증과 감시를 받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미국 측은 국제원자력기구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 잠정 중단 뿐 아니라 영변의 5메가와트 흑연감속로와 그 관련 시설의 불능화를 확인하는 데도 북한이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문: 북한과 미국의 발표 내용이 이렇게 차이가 있다면 앞으로 국제원자력기구가 북한에서 활동할 때 혼선이 빚어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답: 그렇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 측과 직접 접촉해 사찰단이 북한 영변 핵 단지에 언제 들어오고 또 어떤 활동까지 허용할 지 등을 최대한 빨리 협의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 측은 우선 미북 간의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파악하려고 애쓰고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영변에 사찰단을 보내기에 앞서 북한 측에 고위 대표단을 일단 파견해 사찰단의 방북 시기와 규모, 반입 장비의 종류, 또 사찰 방법, 사찰 허용 범위 등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북한 측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입니다.

문: 그렇다면 북한이 언제 국제원자력기구에 연락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고 실제 사찰단의 북한 복귀는 언제 정도로 전망할 수 있습니까?

답: 7일과 8일 이틀 동안 미국과 북한 측은 중국 베이징에서 대북 영양지원의 기술적인 세부 사안과 관련한 최종 협의를 벌이고 있는데요. 이 협의가 무사히 끝나 대강 미국의 지원 식량이 언제쯤 북한에 도착할 수 있을지 예상될 때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에 연락을 취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과 국제원자력기구가 협의를 통해 사찰단 복귀와 관련한 세부적인 사항을 논의하고, 또 합의를 보면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의 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쳐 사찰단이 북한에 들어갈 수 있게 되는데요. 그 시기는 미국의 첫 식량지원 분이 북한에 도착하는 시기와 거의 비슷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 측과 사찰단에 대한 협의를 시작하고 약 한 달 정도면 사찰단이 영변 핵 단지에서 충분히 검증 활동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첫 지원 식량 분이 이르면 4월 중에라도 북한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어 만일 북한이 3월 중순 경 국제원자력기구와 접촉에 나선다면 이르면 4월 안에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도 북한에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합니다.

문: 영변 핵 단지에서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이 활동하는 데 북한이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으로 예상됩니까?

답: 미국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 측에 얼마나 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지 국제사회가 주시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태도를 보면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중지하기로 한 약속의 진정성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마크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북한이 사찰단의 활동에 그리 협조적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반면 이왕 허용하기로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우라늄 농축 중단을 감시하는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의 활동에 합의한 범위 내에서만큼은 제약을 가할 이유가 없다는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 군축협회(ACA)의 피터 크레일 연구원은 북한 측과 국제원자력기구 측의 사전 협의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제원자력기구가 사찰 활동의 범위를 최대한 넓힐 수 있도록 북한 측과의 사전 협의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문: 그렇다면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의 규모는 얼마나 될지, 또 얼마나 오래 영변 핵 단지에 남아있을 것인지, 사찰 대상은 어떤 시설이 될지 등도 궁금한데요.

답: 일단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사찰단의 규모와 관련해 3-4명 정도일 것으로 예상했고요. 사찰단이 영변에 계속 상주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머물다 일단 철수하고 앞으로 주기적으로 영변 핵 단지를 방문해 우라늄 농축 시설의 가동 중단 상태를 확인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반면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사찰단이 이번에 방북하게 되면 한, 두 명의 사찰단원은 계속 영변 핵 단지에 머물면서 매일 우라늄 농축 시설의 가동 중단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일단 사찰 대상은 우라늄 농축 시설이 될 것이라면서 영변 핵 단지 안에 원심분리기 제조 시설과 우라늄 농축을 위해 원심분리기에 주입하는 연료인 육불화우라늄(UF6) 제조 공장이 있다면 그 시설까지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거 북한에서 핵사찰 경험이 있는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은 육불화우라늄 제조 공장이 설사 영변 핵 단지 바깥에 있다 해도 그 공장의 가동까지 멈춰야 비로소 북한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지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미북 간 합의에 사찰단이 영변 핵 단지에서 일어나는 우라늄 농축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로 한다고 돼 있어 영변 외의 우라늄 농축 관련 시설은 이번 사찰 범위에 포함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또 영변 5메가와트 흑연감속로와 그 관련 시설의 불능화에 대한 확인은 미국 측이 분명히 북한 측과 합의했다고 밝히고 있어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이 실제 확인에 나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한편 올브라이트 소장은 영변 핵 단지에 북한이 건설 중인 실험용 경수로와 관련해서도 이번 합의에 관련 언급이 없기 때문에 사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문: 마지막으로 앞서 논란이 됐던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가동 중단 방식에 대해 좀 설명해 주시죠. 북한이 원심분리기에 핵연료를 주입하지 않고 공회전만 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일부 언론에서는 북한 측이 원심분리기의 회전까지 완전히 멈추면 원심분리기가 손상되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언제든지 다시 우라늄 농축을 재개할 수 있도록 육불화우라늄을 주입하지 않고 원심분리기는 계속 돌리는 방안을 우라늄 농축 중단 방식으로 제안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이렇게 핵연료 없이 원심분리기를 공회전 시키면 결과적으로 우라늄 농축은 하지 않는 셈이라는 게 북한 측 주장입니다. 우선 이런 북한의 제안을 미국 측이 받아들였는지 아니면 아직 논의를 더 해야 하는 것인지는 미북 양측의 합의 발표문에 관련 사안에 대한 언급이 없어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상태인데요.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피츠패트릭 연구원 같은 경우에는 우라늄 농축 시설의 가동을 완전 중단시키는 것이 최선이지만 원심분리기를 핵연료 없이 공회전 시킨다 해도 농축 우라늄이 생산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에, 그렇게 미북 간이 합의했다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고요. 올브라이트 소장도 원심분리기의 회전을 완전히 멈추는 것이 우라늄 농축 시설 가동 중단이라는 측면에서는 더 바람직하지만 육불화우라늄을 주입하지 않고 원심분리기가 회전하는 상황을 사찰단이 살펴볼 경우, 특히 원심분리기에서 육불화우라늄을 빼내는 과정을 살펴볼 경우, 원심분리기가 완전히 멈췄을 때보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기술 수준을 더 깊숙이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MC: 네, 지금까지 양성원 기자와 함께 앞으로 국제원자력기구가 북한의 우라늄 농축 중단을 언제,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지 그 전망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