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북미 당국간 고위급 회담 제의"

앵커: 북한이 16일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밝히며 미국에 당국간 고위급 회담을 제의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제안은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지 5일 만에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회담 제의는 국방위원회 대변인의 ‘중대담화’ 형식으로 나왔습니다.

북측이 제시한 의제는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와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그리고 ‘핵 없는 세계건설’ 문제 등입니다. “회담 장소와 시일은 미국이 편리한대로 정하라”고 했습니다.

“위임”에 따른 것임을 밝혀 김정은 제1비서의 의사가 반영됐음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담화는 또 한반도의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뿐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이기도 하다고 처음으로 언급했습니다. 또한 이번 담화는 김정은 체제 출범 후 처음으로 북측이 비핵화 의지를 천명한 것이기도 합니다.

북측이 비핵화를 내걸고 미국과 대화를 제의한 배경에는 ‘중국과의 약속 이행’과 ‘대화 국면의 의제 설정’, 그리고 ‘남한 정부에 대한 압력 행사’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최룡해 특사의 방중 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에 대한 하나의 이행 조치로 보여지고, 미국과 나름의 담판을 하면서 대화의 의제를 주도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이고, 또한 남북대화에 있어서 간접적인 압박을 행사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24일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를 만난 북한의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북한은 유관 각국과 공동 노력해 6자회담 등 각종 형식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밝힌 것으로 보도된 바 있습니다.

이후 북측은 지난 6일엔 남측에, 그리고 이번엔 미국에 당국간 대화를 제의했습니다.

북측이 미국과 대화를 하자면서 비핵화를 다시 언급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합니다. 지난 1월 23일 북측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에 반발해 한반도 비핵화 포기를 선언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북측은 외무성 성명에서 “6자회담 9.19공동성명은 사멸되고 조선반도 비핵화는 종말을 고하였다”면서 “앞으로 조선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랬던 북측이 김정은 제1비서의 “위임”까지 언급하며 비핵화를 다시 강조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하지만 북측의 대화 제의에 진정성이 담겼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이기도 합니다.

북측은 지난 2월 제3차 핵실험을 단행했고, 3월에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핵과 경제를 동시에 발전시킨다는 새로운 노선을 채택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날 담화에서도 북측은 북한뿐 아니라 남한도 비핵화의 대상으로 표현했고,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도 “외부의 핵위협이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간 유지해 온 “핵보유국”으로서의 입장을 다시 한 번 되풀이한 셈입니다.

이날 한국 정부는 북측의 미국을 상대로 하는 대화 제의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한편, 남측 6자 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예정대로 18일 미국을 방문해 한미 및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가질 예정입니다. 조 본부장은 이어 21일께 중국을 방문해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와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