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재무부의 스튜어트 레비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9일 홍콩의 중앙은행 당국자들과 만나 북한이 핵개발이나 불법 활동에 쓰이는 자금을 위해 국제 은행들을 이용하는 것을 막는 데 협조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레비 차관은 6일 중국에 도착해 8일부터 사흘간 중국의 금융 당국자와 영국계 다국적 은행인 HSBC은행을 비롯해 홍콩에서 영업 중인 대형 민간은행의 책임자들과도 만나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이행하기 위한 의견을 나누었다고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일간지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홍콩에 본부를 둔 민간은행인 동아시아은행(Bank of East Asia) 측이 레비 차관과 하는 면담을 거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동아시아은행의 은행장은 "레비 차관이 만나자고 요청했지만 만날 수 없었다"며 "동아시아은행은 북한과 아무 연관이 없기 때문"이라고 면담을 거부한 이유를 설명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습니다.
재무부는 동아시아은행의 면담 거부와 관련한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와 함께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만난 국무부의 고위관리도 레비 차관의 중국 방문과 관련해 대북 금융 제재를 논의하고 있다고 확인했을 뿐 자세한 내용은 보고받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한편, 레비 차관의 중국 방문이 중국 민간은행이 북한과 하는 거래를 삼가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이는 국제사회가 추진하는 대북 금융 제재의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미국의 샌디에이고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립대(UCSD)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스티븐 해거드(Stephan Haggard)교수가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전화 통화에서 말했습니다.
해거드: 미국은행과 거래하는 중국의 대형은행은 미국 정부의 협조 요청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은행이 미국은행과 거래 없이는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국무부의 고위관리는 8일 중국은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를 이행하기 위한 자체적인 조치를 입안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해거드 교수는 재무부가 중국과 홍콩의 민간은행뿐만 아니라 중동과 남아시아의 민간은행에도 북한의 핵개발과 불법행위를 지원하는 금융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접촉을 이어나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