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축구팀 미국 방문 추진

북핵 검증서를 마련하기 위한 6자회담의 실패로 북한의 핵 문제가 답보 상태에 빠진 가운데에서도, 북한 축구팀의 미국 경기가 민간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어 미국과 북한 양측 간에 체육 교류를 통한 긴장 완화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북한 축구팀의 미국 경기가 추진되고 있어 미국과 북한 양측 간에 체육 교류를 통한 긴장 완화가 기대되고 있다. 사진은 2008년 12월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있었던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축구대회 결승전에서 북한(붉은 색)과 미국이 경기하는 모습.
북한 축구팀의 미국 경기가 추진되고 있어 미국과 북한 양측 간에 체육 교류를 통한 긴장 완화가 기대되고 있다. 사진은 2008년 12월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있었던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축구대회 결승전에서 북한(붉은 색)과 미국이 경기하는 모습. (AFP PHOTO / Claudio Santana)

0:00 / 0:00

장명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에서 태권도를 전문으로 한 인터넷 사이트인 '태권도타임스'의 정우진 회장은 북한 축구팀이 올해 미국을 방문해 미국의 프로 축구팀인 LA 갤럭시와 경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1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과거 남한의 수비수 홍명보 선수가 은퇴할 때까지 활동했던 축구팀으로 유명한 LA 갤럭시가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로스앤젤레스를 본거지로 하고 있어 북한 축구팀은 주로 로스앤젤레스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고 정 회장은 설명했습니다.

정 회장은 지난 2007년 10월 북한의 태권도 시범단을 처음으로 미국에 초청해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5개 도시에서 시범 경기를 성사시킨 인물입니다.

정우진: 이번에 오는 북한 축구단은 숫자도 많아요. 태권도는 20명 내외면 됐지만, 축구단은 30-40명이 오게 됩니다. 나이키가 후원하겠다고 하니, 돈 걱정은 일단 안 해도 됩니다.

미국의 운동용품 제조업체인 나이키가 지난주 변호사를 통해 북한 축구팀의 미국 방문을 후원하는 데 최종적으로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는 게 정 회장의 설명입니다.

이 같은 미국과 북한 간의 체육 교류에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지난 1970년대 초 미국과 중국이 국교 수립을 맺기 전에 양국을 방문해 운동 경기를 주고받았던 ‘핑퐁 외교’가 북한을 중심으로 다시 전개될지 조심스러운 기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일례로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지난 14일 워싱턴에 소재한 동서센터에서 ‘아시아의 스포츠와 정치’라는 제목으로 한 강연에서 미국과 북한이 조만간 태권도 시범 경기 같은 체육 교류를 통해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있겠느냐는 자유아시아방송 (RFA)의 질문에 지금이 바로 적기라고 대답했습니다. 차 교수는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역임했습니다.

빅터 차: Frankly, as we move to a new administration, they are going to go through sort of policy review, in terms of their policy toward North Korea and other places. In the North Korea case, this is the time where...

(더빙) 미국의 새 행정부는 앞으로 대북 정책을 포함해 일련의 외교 정책을 검토하게 됩니다. 북한의 경우, 지금이야말로 그런 체육이나 문화 교류를 통해 꾸준히 접촉을 늘려나갈 때라고 생각합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구체적인 대북 정책을 마련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당분간은 체육을 비롯한 여러 친선 행사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빅터 차 교수는 특히 지난 1966년 영국 미들즈브러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의 사례를 들면서 당시 북한과 개최국인 영국은 서로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적성국이었지만 북한이 영국의 숙적인 이탈리아를 이기면서 8강에 진출하자 당시 미들즈브러 시장이 차를 마시며 북한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나중에는 많은 미들즈브러 시민이 북한의 열렬한 응원단이 되는 등 양국 국민의 심리적 거리감이 해소되고 더욱 가까워졌다면서 스포츠는 외교 관계가 없는 국가 간에 좋은 외교적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7년 10월 초 태권도 시범단을 미국에 보낸 몇 주 뒤 7명으로 구성된 권투 선수단을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 보내, 세계복싱선수권대회에 참가시키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