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형물 제작으로 외화벌이

북한이 최근 아프리카 세네갈에서 대형 조형물을 제작하고 있으며, 앞서 아프리카 여러 나라와 동남 아시아에서 다수의 조형물 건축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북한 조형물의 해외 진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수경 기자가 전합니다.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 국제공항 인근에서 건립이 한창인 '아프리카 르네상스 조형물'의 공사 현장에는 북한 인부들이 열심히 쇠와 동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북한의 '만수대 해외 사업부'가 파견한 200여 명의 기술자들로 조형물 제작을 위해 지난해부터 세네갈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 조형물은 세네갈 정부가 오는 12월 다카르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제3회 흑인문화축전'의 하나로 추진한 것으로 높이만 50 미터에 이르는 대규모 공사입니다. 세네갈 정부는 이 조형물의 제작을 위해 지난해 국제 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제작을 북한에 맡겼고 북한은 제작비로 현금이 아닌 세네갈 토지의 일부를 현물로 받기로 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해외에서 조형물을 제작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북한내 우상화 작업의 일환으로 수많은 동상과 조형물을 제작한 경험이 풍부한 북한은 그동안 콩고와 나미비아, 앙골라, 베냉, 에디오피아, 짐바브웨, 보츠와나 등 주로 아프리카 국가에서 조형물 제작으로 외화를 벌었습니다.

북한이 가장 최근에 제작한 조형물은 아프리카의 보츠와나에서2005년 완성한 '세 명의 족장 조형물(Three Dikgosi Monument)' 입니다.

이 조형물은 보츠와나 정부가 과거 영국 식민지 정부와 동맹 관계를 맺는 데 공헌한 카마 3세(Khama III)와 바토엔 1세(Bathoen I), 그리고 세벨레(Sebele I) 등 세 명의 족장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집단 동상으로, 보츠와나의 수도 가보로네에 건립됐습니다. 보츠와나 정부의 공식 웹사이트(www.gov.bw)에 따르면, 북한은 2004년 3월 약 100만 달러 규모의 조형물 공사를 공개 입찰을 통해 맡았습니다. 그러나 당시 보츠와나 국립미술관 대표인 티키 풀레(Ticky Pule) 씨는 북한이 당첨된 일에 대해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이 웹사이트는 전했습니다.

북한의 '만수대 해외 사업부'는 특히 나미비아에서 2002년 두개의 대형 건축 사업을 수주해 화제가 됐습니다. 북한이 나미비아에서 진행한 두 개의 사업은 '국립영웅탑(National Heroes Acre)'과 '대통령 관저(New State House)'의 건축으로 북한은 이 두 개의 사업을 통해 적게는 2천만 달러에서 많게는 6천만 달러의 외화를 벌었을 것이라고 아프리카 현지 신문이 보도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또, 2002년 아프리카 민주콩고공화국의 '패트리스 루뭄바' 초대 총리와 '로랑 카빌라' 전 대통령의 동상제작에도 각각 참여했습니다. '패트리스 루뭄바' 초대 총리 동상의 경우, 민주콩고공화국의 전신인 자이르의 독재자였던 '모부투 세세 세코'(1965-1997)의 집권 시절에 제작을 수주받았으며 1000만 달러의 규모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미국인 작가이자 기고가인 크리스티안 페렌티(Christian Parenti) 씨는 지난해 시카고 뉴스잡지인 '인 디즈 타임스(In These Times)'에 기고한 글에서 콩고 공화국의 수도 킨샤사의 가장 번화한 길 한복판에 서 있는 로랑 카빌라 전 대통령의 동상은 몸통 부분이 북한에서 제작돼 운반돼 왔다고 전하고 그 모습이 김정일 국방 위원장과 흡사하다고 평했습니다.

이 외에도 북한은 1970년대 에디오피아의 공산 군부가 쿠데타에 성공해 정권을 장악한 직후 선물로 '승리탑(Victory Monument)'을 제작해 주었으며, 1981년 짐바브웨에 북한 예술가 7여 명을 파견해 국립영웅탑을 제작했고, 말레이지아 '쌀 박물관'의 벽화를 제작하기 위해 만수대 소속 예술가 60명을 동원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