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성공적으로 구축했다고 선전해온 주체공법이 실제론 내부에서조차 실패로 결론났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주체철, 주체섬유, 주체비료 모두 하나같이 낙후된 기술로 공장을 가동할수록 손해를 낼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을 맞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12일 발표한 논문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민경제에서 ‘함남의 불길’을 지폈다며 이를 ‘새 세기 산업혁명의 불길’이라고 지칭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지난 해 말 함경남도의 2.8비날론연합기업소 등을 현지 지도한 이후부터 주체공법을 사용한 주체철과 주체섬유(비날론), 주체비료의 주요 생산기지인 함경남도가 집중 부각되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언론 녹취: 당원들과 근로자들을 함남의 불길의 창조자로 내세워….
북한은 이처럼 주체화한 기술과 설비 구축을 통해 새로운 생산 수준에 도달하는 토대를 열었음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올해를 강성국가 건설의 원년으로 내세우려는 북한 당국이 핵심 산업 부문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세우기가 불가능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민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 대신 상징적인 주체산업의 토대 구축을 애써 강조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지만 북한 당국의 선전과 달리 주체공법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북한 내부에서조차 실패로 결론났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북지원단체인 ‘좋은벗들’은 27일 북한 중앙당 간부의 말을 인용해 기대와 달리 주체철이 절반도 생산이 안 돼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단체는 중앙에서 책임을 묻는 바람에 숱한 기술자가 잡혀갔다고 덧붙였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앞서 지난 달 25일 주체철 생산 실패의 책임을 물어 김책제철연합기업소 지배인과 책임비서를 숙청했다는 보도를 확인한 겁니다.
전문가들은 주체철 뿐만 아니라 주체섬유는 물론 주체비닐까지 모두 실패로 끝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나프타 대신 북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석탄과 석회석을 반응시켜 카바이트를 만든 뒤 이를 이용해 합성섬유, 즉 비날론을 생산하는 주체섬유도 전력과 원자재 소비가 많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여기다 비날론의 경우 염색과 가공이 어려워 의류용 섬유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또 석탄에서 수소를 추출해 암모니아를 생산한 다음 질소비료를 만드는 주체비료 방식도 에너지 소비량이 커 여전히 국제적인 기준에서 낙후된 기술로 평가됩니다.
한국의 통일연구원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2009년부터 정력적으로 현지지도에 나서고 투자도 많이 한 결과 주체공법을 사용하는 공장들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을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형중 선임연구위원: (북한이) 중화학공업에 대한 투자를 굉장히 많이 한 것 같고 조금 돌아간다고 신문에 많이 보도가 됐는데 전체적으로 봐서 지금 북한이 가지고 있는 설비와 시설에 대해서 막대한 투자를 한다는 건 굉장히 잘못인 것 같고 이 공장들이 돌아간다고 해도 이득보다는 손해를 낼 거라고 봅니다.
결국 공장이 돌아갈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적 결함에 빠진 북한의 주체산업이 앞으로 두고 두고 북한 경제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