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 “남북 수달 공동연구 필요해”

강원 화천-박성우 parks@rfa.org
2015.04.09
0tters_snk_b 강원도 화천에 있는 한국수달연구센터가 보호 중인 수달이 물 속에서 노닐고 있다
사진-한국수달연구센터 제공

앵커: 수달은 남북을 오갈 수 있는 유일한 포유류라고 하죠. 수달의 ‘월북’ 사건이 확인된 건 지금껏 두 차례라고 하는데요. 전문가들은 수달에 대한 남북 공동연구가 북한의 하천 생태계를 살리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강원도 화천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성용 한국수달연구센터 소장. RFA PHOTO/ 박성우
한성용 한국수달연구센터 소장. RFA PHOTO/ 박성우

요즘 들어 남한에서는 수달의 모습이 언론에 자주 비치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에는 강원도 폐광 지역인 태백 황지천에서 수달이 무리 지어 다니는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강원민방 보도: 유유히 헤엄을 치다 새가 지나가자 화들짝 놀라 물속으로 숨기도 하고, 먹이로 보이는 무언가를 잡고 제압하기도 합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수달입니다.

한국 정부는 수달을 지난 1982년부터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수달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남한 곳곳에서 수달이 다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천 생태계가 살아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달 21일에는 경기도에 있는 인공습지 시화호에 수달이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소식이 보도됐고, 30일에는 광주 무등산 국립공원에서 서식하는 수달이 최소 8마리는 되는 것 같다는 연구 결과가 알려졌습니다.

4월 1일자 여러개 신문에는 ‘수달’과 ‘해달’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기사도 실렸습니다. 수달과 해달 모두 족제비과의 포유류로 물속에서 살지만 수달은 민물에서, 해달은 바다 연안에서 서식한다는 겁니다.

이처럼 남한 사회의 수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덩달아 신이 난 사람이 있습니다. 지난 25년 가량 수달을 연구해 온 인물, 강원도 화천에 있는 ‘한국수달연구센터’의 한성용 소장입니다.

한성용 한국수달연구센터 소장: 당연히 좋죠. 제가 처음 (수달을) 연구할 때만 해도 저는 수달을 잡는 덫을 많이 수거했어요. 그때만 해도 (사람들이) 수달을 보호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고요. 최근에는 정말 다행히 언론에서도 많이 다뤄주니까 ‘이 동물을 보호해야 하는구나’라는 인식이 상당히 높아졌어요. 알아야 보호도 가능하고, 많이 알면 알 수록 더 많이 보호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수달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 같아요.

이젠 수달을 ‘보호해야 하는 동물’로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달에 대해 모르는 점이 많은 상태라고 한 소장은 말합니다. 특히 남북이 분단된 한반도에서 수달이라는 존재는 “매우 특별하다”고 강조합니다. 왜냐면 수달은 포유류 중에서는 유일하게 남북을 비교적 자유롭게 오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성용 소장은 수달의 월경이 가능한 이유를 비무장지대 남측 북한강 민간인출입통제선, 즉 ‘민통선’ 지역을 둘러보다가 알게됐다고 말합니다.

한성용 한국수달연구센터 소장: 하천에 있는 철책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조밀한 철망을 쓸 수 없어요. 왜냐면 나뭇잎이나 각종 쓰레기가 내려오기 때문이죠. 그래서 하천에 있는 철책은 쇠창살로 되어 있습니다. 한번은 우연히 현장조사를 하면서 바로 철책 앞쪽에서 수달의 배설물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는 정말 놀랐어요. 사람은 못 가지만, 큰 동물들은 60년, 70년동안 (남북을) 왕래할 수 없었지만, 수달은 여태껏 통일을 구가하고 있었다고 할까요. 그걸 제가 알게 된 거죠.

배설물이 수달의 월경을 입증하진 못합니다. 한 소장은 과학적 증거를 찾기 위해 엄지 손가락 만한 크기의 전파 발신기(VHF)를 수달의 몸에 넣어 방사하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2010년과 2013년에 각 한 마리의 수달이 월북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 소장은 말합니다. “비무장지대 북쪽에서 이들의 신호가 잡힌 것”입니다.

한국수달연구센터는 북한강 민통선 지역이나 민통선 외부 ‘평화의 댐’, 파로호, 또는 안동포 하류에 지난 2006년부터 거의 매년 수달을 한 두 마리씩 방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방사한 수달은 총 12마리입니다. 이 중 두 마리가 월북한 것이니 빈도가 높지는 않은 셈입니다.

북으로 간 수달 두 마리의 생사는 알 길이 없습니다. 한 소장은 “자연사 했거나, 사람에게 잡혀 죽었을 수도 있고, 또한 다시 내려왔는데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면서 “이들 두 마리 수달의 행방에 대한 과학적 판단은 내리기 힘들다”고 설명합니다.

전파 발신기의 유효 거리는 최대 4km 정도이기 때문에 남북 각각 2km 범위로 설정된 비무장지대를 수달이 벗어날 경우 더이상의 추적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남북 공동 연구가 필요하다”고 한 소장은 강조합니다. 남측 학자가 38선 너머 북쪽으로 가서 연구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남북 학자들이 각자의 지역에서 공동 연구를 수행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한성용 한국수달연구센터 소장: 북측 학자와 공동으로 연구를 한다면 수달들이 DMZ 어디에서 잠을 자며, 어디서 새끼를 낳으며, 그 안의 생태계는 과연 세계유산 지정이 가능한 수준인지, 이런 걸 평가할 수 있게 되죠. ‘아, 이게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수달에 대한 남북 공동연구를 해 보자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지난 2007년 10월 강원도 화천에서 열린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10차 국제수달총회에 일본 총련계열 조선대학교 정종렬 교수가 참석했을 때 북한강 수계에 서식하는 수달을 남북한이 공동으로 조사하기 위한 연구협약을 체결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협약은 실현되지 못합니다. 남북관계를 꽁꽁 얼어붙게 하는 사건이 2010년에 연이어 터졌기 때문입니다.

한성용 한국수달연구센터 소장: ‘앞으로도 남북관계가 잘 되도록 심포지엄도 합시다’ 이런 (이야기도 하고) 희망을 좀 갖고 있었는데요. 그 후 잘 아시다시피 천안함 사태가 발생하고 연평도 포격까지 연달아 터진 거죠.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DMZ 관련 논의는 불가능한 상태가 된 거죠.

2007년 이후 수달 연구를 위한 남북 교류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수달 관련 국제회의가 매년 열리지만 북측은 참석하지 않는다”고 한 소장은 말합니다. “아마도 북한에서는 수달에 대한 연구가 깊이있게 이뤄지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는 게 한 소장의 완곡한 평가입니다.

한 소장은 “북한에서 수달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북한의 황폐한 숲과 하천을 복원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면서 수달에 대한 공동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한성용 한국수달연구센터 소장: 어떤 하천에서 수달이 없어졌다는 건 밀렵이 있었거나, 그 하천이 오염됐거나, 그 하천의 상태가 바뀌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런데 수달이 남아 있다는 건 수달이 먹을 물고기가 있다는 얘기고, 생물 다양성이 아직은 존재한다는 얘기입니다. 수달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하천을 살려야 합니다. 그 하천에 물고기도 살게 해야 하고, 물고기가 알을 낳을 수 있는 수초도 있어야 합니다. 건강한 하천 생태계를 만들어야 수달이 비로소 돌아옵니다. 제가 수달을 살리자는 이야기는 북한의 하천을 건강하게 살려보자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수달을 살리는 것은 결국은 숲을 살리고 강을 살리는 것입니다. 제 연구를 북측에서 힘을 가지신 분들이 혹시나 이해해 주시면, 공동연구를 하게 해 주시면, 저는 다른 아무런 욕심없이 수달을 살리는 데 저의 모든 지식과 아이디어를 드리고 싶어요.

한 소장은 수달을 ‘한반도 평화대사’라고 부릅니다. 단순히 남북을 오갈 수 있는 유일한 포유류여서 그렇게 부르는 건 아닙니다. 수달에 대한 남북 공동연구가 이뤄져 지난 70년간 분단의 상징이었던 비무장지대가 언젠가는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할 날이 오기를, 그리고 그 공원 안에서 수달이 평화롭게 사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수달은 한반도 평화대사’라는 표현에 녹아 있습니다.

한성용 한국수달연구센터 소장은 지난 1997년 경남대 생물학과에서 ‘한국 수달의 생태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수달에 관한 논문이 남한에서 발표된 건 당시가 처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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