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예술극장 간부들 연좌제 처벌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14.07.25

모란봉악단이 양강도 혜산시 도예술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모습.
모란봉악단이 양강도 혜산시 도예술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북한 양강도 ‘김정숙 예술극장’의 간부들이 동료간부의 탈북으로 인해 연좌제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간부사회에서는 “이런 식으로 처벌한다면 누가 간부를 하려고 하겠느냐”는 불만의 소리가 높다고 소식통들은 이야기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당국이 양강도 혜산시에 있는 ‘김정숙 예술극장’ 간부들을 무더기로 처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지난달 말 ‘김정숙 예술극장’ 성악과장이 가족들과 함께 탈북한 사건이 있었다”며 “성악과장 탈북에 대한 연대적 책임을 지고 예술극장 간부들이 모두 처벌받았다”고 2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양강도 문화예술의 중심지인 ‘김정숙 예술극장’은 혜산시 ‘쾌궁정’마루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고난의 행군’이 한창이던 1997년 5월, 김정일 정권에 불만을 품은 ‘꽃제비’들이 고의적으로 불을 질러 통째로 불타버린 바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당시 이러한 보고를 받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웅장하고 현대적인 미감에 맞게 ‘김정숙 예술극장’을 새로 건설할 것을 지시해 2005년 6월, 지금의 압록강 변에 완공했다는 것입니다. 또 생전인 2010년 5월 16일, 이곳을 현지 시찰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악기들을 선물했다고 소식통은 이야기했습니다.

한편 25일 연락이 닿은 양강의 또 다른 소식통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예술극장 단장 전옥성을 크게 처벌하려 했으나 그가 ‘햇볕을 안고’라는 가극에서 김정숙의 역을 맡았었다는 점을 참고해 1년간의 무보수(무 월급) 노동처벌에 그쳤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숙 예술극장’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할머니인 김정숙의 이름으로 지어진 예술극장이기 때문에 단장의 처벌이 가벼웠다는 얘기입니다. 대신 ‘김정숙 예술극장’ 초급당 비서가 양강도 백암탄광 노동자로 추방됐고 종합연출과장과 기악과장 등의 간부들은 6개월간의 무보수노동 처벌을 받았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소식통들은 “‘김정숙 예술극장’ 간부들이 집단적으로 처벌된 사건을 두고 양강도 간부사회의 분위기가 몹시 어수선하다”며 “특히 공장, 기업소 간부들의 경우 이번 간부처벌로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여태껏 탈북을 한 간부나 주민들은 많았어도 그로 하여 주변의 동료들까지 처벌한 사례는 아주 드물었는데 특히 종업원들을 많이 관리하고 있는 공장, 기업소 간부들은 연좌제 처벌의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주장했습니다.

소식통들은 그러면서 “탈북하는 사람들이 내가 탈북한다고 소문을 내는 것도 아닌데 그들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냐?”며 “이런 식으로 해당단위 간부들까지 처벌하면 누가 공장, 기업소에서 간부를 해 먹겠느냐?”는 현지 간부들의 격앙된 분위기를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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