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요즘 강성대국을 앞둔 평양은 부쩍 살아나는 분위기이지만, 반대로 지방은 조용합니다.
북한을 방문했던 외국인들은 평양만을 위한 ‘강성대국’이 아닌가고 평가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강성대국’을 앞둔 평양과 지방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 평양과 지방을 다녀온 한 미국인은 강성대국으로 분주한 북한 사회의 일면을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그는 “한마디로 평양은 사람 사는 동네 같았고, 지방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한 암흑천지였다”고 비유했습니다.
약 보름 동안 평양과 황해남도 남부 지역을 방문했던 이 미국인은 “호텔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보니 평양 옥류교 일대에는 아파트 건설에 동원된 군대들과 인부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저녁에도 삽질과 쟁기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다”고 말했습니다.
또 평양에서 유일한 불장식 야경으로 소문난 개선청년공원에도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와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북한 텔레비전도 거의 매일 같이 만수대 지구 건설 소식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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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 요즘 정말 우리 건설자들은 함남의 불길 따라 심장을 불태우며, 더 높은 건설 속도로 여기 만수대 지구 건설 마감공사를 다그치고 있습니다”
수도의 이런 분위기와는 달리 이 미국인이 평양을 떠나 황해도 남부 지역에 갔을 때는 한산하기 그지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방문지의 이름을 정확히 밝힐 수 없다고 전제한 뒤, 도 소재지에서 제일 좋은 호텔에 묵었지만, 그곳에는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아주 불편했다고 말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호텔 측에서는 밤이 되면 뒤뜰 안에 있는 자체 발전기를 돌려 몇 시간씩 전기를 공급했습니다.
또, 호텔에 더운물이 나오지 않아 매일 샤워를 하는 외국인들이 불편을 겪었습니다.
그나마 토요일에 한번 나온다는 더운물을 기대했지만, 수도꼭지에서 녹물이 쏟아져 나와 아연해졌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올해 수해 피해를 당한 황해도 지구에는 전력사정이 얼마나 긴장한 지 병원 수술실마저 디젤 발전기를 돌려 조명을 얻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치과병원, 즉 구강병원에 갔을 때는 재봉기 발디디개로 만든 수동 보철 기계를 보고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치료실에 물이 나오지 않아 치과의사들은 환자치료에 쓴 물을 버리지 않고 다음 환자 치료에도 이용하는 등 병원 위생이 열악했다고 그는 떠올렸습니다.
그는 “북한 어디를 가나 강성대국이라는 구호가 나붙었는데, 지방에선 강성대국이란 말이 실감나지 않았다”고 반응했습니다.
이처럼 평양과 지방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 내년도 강성대국이 평양만을 위한 잔치가 아닌가 하는 비난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최근 들어 평양시민들에게 식량 배급을 주기 시작했고, 보통강 백화점 등에는 고가의 외화물건을 진열하는 등 내년도 행사준비에 발걸음을 재게 놀리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 정착한 평양 출신의 한 탈북자는 강성대국 행사를 하려면 평양시민들을 대대적으로 동원시켜야 하기 때문에 지금쯤 공급을 잘 해줄 거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