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슨, 미군유해 거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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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오는 16일 시작되는 미국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의 방북 기간에 미북 대화의 재개를 위한 구애공세의 하나로 북한 내 미군 유해 발굴의 재개 문제를 다시 거론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2007년에도 북한에서 6구의 미군 유해를 가져온 바 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오는 16일부터 4일간 북한을 방문하는 빌 리처드슨(Bill Richardson) 뉴멕시코 주지사가 이번 방북에서 북한 내 미군 유해 발굴의 재개를 논의할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직접 경고하고 고위 대표단을 보내 중국을 압박하는 등 민감한 시기에 주로 인도주의적 사안을 담당했던 리처드슨 주지사가 북한 외무성의 초청을 받고 방북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7차례나 북한을 방문한 리처드슨 주지사는 2007년 방북에서 6구의 미군 유해를 가져왔습니다. 이 중 3구는 신원이 확인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당시에도 북한이 먼저 유해 송환을 제안했으며 리처드슨 주지사는 북한에서 직접 미군 유해 문제를 논의할 수 있었습니다. 또 리처드슨 주지사는 이후 북한과 공동으로 북한 내 미군 유해를 발굴하는 데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직접 미군 유해를 가져오고 1996년에는 북한에 억류된 미국 시민권자를 데려오는 등 인도주의적 사안을 다뤄온 리처드슨 주지사의 이번 방북에서 미군 유해 발굴을 재개하는 문제가 다뤄질 수 있고 이를 통해 북한이 최근 연평도 도발 이후 미국과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구애공세(charm offensive)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또 미군 유해의 송환 문제는 미국과 북한 간 현안 중 미국이 외면하기 어려운 가장 인도주의적인 사안임을 북한이 잘 알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국무부의 정책기획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Michell Reiss) 워싱턴 대학교 총장은 북한이 리처드슨 주지사를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미군 유해 발굴에 관한 문제가 충분히 논의될 수 있다고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I think that is certainly a good possibility. It is hard to imagine the NKs inviting Richardson and then letting him leave empty-handed)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회견에서 북한 내 미군 유해의 송환 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재개하는 좋은 수단이며 리처드슨 주지사의 방북에서 논의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That would be a fine way to start. No idea what he will be talking about, but that is an issue he could raise.)

또 최근 방북했던 미북 관계에 정통한 전직 관리도 이에 대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I suppose it is possible.)

이밖에도 북한이 최근까지 방북한 전문가들을 통해 실험용 경수로의 건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하는 등 공격적인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에 이번 리처드슨 주지사의 방북에서는 미국의 우선순위 중 하나인 미군 유해 문제를 미국과 대화 재개를 위한 수단으로 거론할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월에도 유엔군 사령부와 가진 실무회담에서 2005년 이후 중단된 미군 유해 발굴 작업의 재개를 미국에 공식적으로 제안한 바 있습니다. 미국 국방부의 관계자는 리처드슨 주지사의 방북에서 유해 발굴의 재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면서 북한이 올해 유해 발굴의 재개를 제안한 이후 지금까지 추가적인 접촉이나 진전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국방부의 미셸 플로니 정책 담당 차관이 지난 8월, 북한 내 미군 유해의 송환 문제를 언급하는 등 미국 국방부도 미군 유해가 정치적 사안과 분리돼 다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리처드슨 주지사도 자신의 방북에 관한 성명에서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리처드슨 주지사 측은 방북 중 미군 유해 문제를 논의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