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러시아에는 현재 최소 수백 명의 탈북자가 불안과 곤궁 속에서 숨어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외교상의 이유로 남한공관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권을 강조하는 남한의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제 3국의 탈북자 상황이 나아지리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숨어살고 있는 탈북자 백요셉씨가 북한을 나온 지는 5년이 다 되갑니다. 함경북도 덕성출신인 백씨는 지난 2003년 중국 연길로 처음 탈출했다가 중국공안에 잡혀 북송됐습니다. 온성지방의 한 감옥에 수감됐다, 거의 죽게 돼 병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북한을 탈출한 게 2005년. 중국공안에 다시 붙잡혀 북송되면 죽음이 기다리고 있어 제 3국행을 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백요셉: 베트남 행을 결심했어요. 그래서 베트남으로 무작정 들어가서 하노이 한국대사관에 들어가려다가 문전에서 제가 체포됐어요. 체포돼서 들어가지 못하고, 베트남 경찰에 의해서 중국으로 다시 추방됐거든요.
올해 24세의 백씨는 다행히 중국말을 열심히 배워, 식당 접시닦이, 야채깍기 등으로 일하며, 먹고 살수는 있었지만, 신분문제는 그를 끊임없이 불안하게 했습니다. 그러던 중 인터넷으로 만난 남한선교사의 도움으로 백씨는 지난해 10월 러시아 쪽으로 탈출합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남한방송을 몰래 들으며 꿈꿔온 한국행. 백씨는 러시아에서는 꿈꾸던 한국행이 가능하리라는 희망을 품고 유엔 난민기구 (UNHCR)와 남한공관을 차례로 접촉했습니다. 그러나 그 꿈은 자꾸 멀어져갔습니다.
백요셉: 어제 (10일) 제가 유엔 난민고등판무소에 전화했어요. 그쪽에서 ‘자기네는 할 수 없다’하면서, 한국대사관 전화를 주었어요. 한국대사관 전화를 하니까, 담당분이 하시는 말씀이 ‘지금 탈북자들이 들어와서 많아서 우리가 책임질 수 없다. 들어와도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다’면서, UNHCR 전화를 주면서 러시아 UNHCR 사무소에 신청하라고 하시더군요.
백씨는 북한, 중국, 베트남, 다시 중국을 거쳐 러시아까지 오면서, 남한공관이 자신을 이렇게 나 몰라라 하는데 대해 원망스럽다는 말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백씨가 10일 연락한 블라디보스톡의 한국 총영사관은 백씨의 도움요청에 대한 거절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블라디보스톡 한국 총영사 관계자: 저희는 원칙적으로 도움을 당연히 드리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곳 러시아주재국 원칙에 의거해서 저희가 직접적으로 도움을 못 드려요. 외교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어서죠.
탈북자 문제에 관한한, 러시아 정부는 중국정부 못지않게 남한정부의 개입을 원치 않는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습니다. 러시아에 들어온 탈북자들이 러시아 당국에 의해 직접 북한으로 송환된 사례도 여러 차례 있습니다. 현재 러시아에 체류 중인 탈북자 정금철씨도 지난해 11월 난민지위 신청을 하던 중, 러시아당국에 붙잡혀 강제 송환될 뻔 하다 가까스로 탈출했습니다. 지난 2000년 탈북자 7명은 유엔난민기구로부터 난민지위를 부여받고도 북한으로 송환됐습니다. 지금까지는 이처럼 러시아의 탈북자에 대한 정책이 북한과의 외교적 관계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계속되어질 것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남한의 인권단체들이 지난해 11월에 남한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백씨를 보호해달라는 서면요청을 두 차례 이상 했음에도 러시아내 남한공관이 이렇다 할 대응을 보이지 않은 것은 그 좋은 사롑니다. 하지만, 백씨는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백요셉: 이 명박 정부가 들어왔다는 것을 알아요. 저는 이명박 선생님이 신앙인이시고,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 후보님이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에, 대북정책에서든가 우리 탈북자 정책에서 많은 호의적인 영향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신실히 믿습니다. 새로 바뀐 남한정부에 대해서는요.
백씨는 계속해서 유엔난민기구와 남한 대사관, 그리고 남한 총영사관의 문을 두드릴 계획입니다.
